푸른 도보다리
한나라가 갈리진지 69년이 지났습니다. 6.25가 끝날 무렵 남북한의 전쟁의 잔해속에서 태어나 두려움에 떨었던 아이들은 흰머리를 쓸어올리는 노인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통령은 19번이나 바뀌었고 어릴적 두려움을 안고 자라왔던 노인들의 주름을 감싸 줄 수 있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옛 북한의 지도자의 손자가 위원장이 되었고, 35살의 봄이 되서야 금지된 선을 넘어 따뜻한 포웅으로 서로에게 봄을 선사 했습니다. 모두가 웃으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습니다.
마음속 한 켠에 두었던 먼지 쌓인 사진첩을 펼쳐보듯 함께 했던 흔적들의 촉감을 더듬어 어루만지고 이어진 페이지에 새로운 기억을 채워 넣었습니다. 푸른 도보다리를 함께 걸으며 묵었던 문제들을 꺼내어 정리했습니다. 우리가 함께 가야할 길을, 우리들만 알 수 있는 것을 나누며 때론 걸으며 또 마주 앉아 이야기했습니다.
그후로 1년 평화의 물결이 흐르는 나무로 된 수로, 도보다리는 변함없이 그곳에 있습니다. 철새들이 쉬기 위해 들르는곳, 수많은 동식물들이 온전히 살아가는곳, 우리들 만큼이나 평화를 기다리는 친구들이 그 자리를 지키며 내년 봄과 함께 참아올 새로운 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