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브유 밖에 확실히 모르는
영어 문맹자인 나는
간판 읽기가 힘들다
아파트 이름도 어렵고
커피 이름도 복잡하고
음식 이름도 난해하고
노래도 따라 부르기 힘들고
툭툭 내뱉는 영어 말도 어렵다
물어 보자니 무식이 탄로날까
알아듣는 척 얼렁뚱땅
그러다 시골 장터에서 심봉사 눈처럼 확 떠진 눈
시장 기름집
옷이 날개
흥순 농약
육일 철물점
형제 이용원
종합전자
오뚜기 기름집
꽃 미용실
백여사 국밥
바른 의원
아줌마 국수
알부자 공인 중개사
앞뒤가 똑같은 사람
처음부터 알았던 사람
100촉짜리 전구를 켜놓은 것처럼 간판이 환해서
아무데나 막 들어가고 싶었다.
***
나는 대한민국 사람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에 산다. 그런데 힘들때가 많다.
요즘들어 더 그런일이 잦은데 바로 영어 때문이다. 요즘 코로나로 인해 쓰는 말 '부스터 샷'도 어렵고
티비에서 일상어 처럼 쓰는 영어말도 어렵고 간판이름도 어렵다. 찻집에 들어가면 더 심하다.
나는 생각한다. 내가 지금 어느나라에서 살고 있는가?
검정고시 출신이니 영어를 많이 접하지 못해서인가? 내탓도 해보지만
세계적으로 한류 열풍이 부는데 왜 자꾸 일상까지 영어가 파고드는지
이해도 못하겠고 자존심도 상한다.
나는 영어를 못하지만 책을 많이 읽어 작가가 되었다.
반발심인지 영어를 굳이 배우고도 싶지 않다.
그래서인지 시골 장터에 가면 정말로 마음이 편하다. 높은 건물도 없어 위화감이 없는데다
온통 정겨운 한글뿐이니, 꼭 마음이 다 읽히는 동무를 만난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저절로 술술 나온 글이 바로 이 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