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드니 복잡한 게 싫어
세 자리 이상 숫자는 머리 아프고
숨은 그림 찾기도, 퍼즐도 싫어
논쟁보다 산책이 좋고
소설보다 그림책이 좋아
내가 쓰고 싶은 시는
돌려 말하지 않고
은유도 필요 없는 시
머릿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베럴아이 피쉬나
속이 훤히 보이는 투명 올챙이 같은 시
동서남북이 뚜렷하고
앞뒤가 똑 같은 시
화장을 안 한 시
명품으로 치장하지 않은 시
몇 년 입은 편안한 옷 같은 시
꾸미지 않아서 편한 시
있는 그대로를 보는 시
누구나 다 백점 맞을 수 있는,
쉬운 문제 같은 시
읽고 나서도 머리가 안 아픈 시
시라 말할 것도 없어
생각할 필요가 없는 시
시적이지는 않아도
공감가는 시
옆집 누나나 이모
앞집 오빠의 위안 같아
누구나 좋아하는,
내가 쓰고 싶은 시는
***
어찌 하다보니 동화작가가 되었지만 나는 시를 좋아한다.
사실, 요즘은 별로 읽지 못했다. 일도 일이고 건강상의 문제도 있었다.
그런데 어쩌다 읽는 시들은 난해해서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
나이 탓인가 하지만 여하튼 복잡하고 생각하는 게 싫다.
그래서 그냥 끄적이듯 이야기 하는 글을 써보고 싶었다.
감히 시라고 말할 수는 없겠다.
그 말을 하기에는 시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하지만 나처럼 시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공감하기 위해
시답지 않은 글을 써보기로 했다.
바로 내가 쓰고 싶은 시는 위와 같은 글을.
읽고 머리도 안아프고, 금방 잊어 버려도 아깝지 않은
그런 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