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아줌 시 26화

돈세탁

by 박서진


세탁기에 휴지를 넣고 돌려버렸네

한 번 더 쓰려고 주머니에 넣어 둔 휴지

확인하지 않고 그냥 돌린 탓

오늘따라 많이도 한 빨래

검정 옷 사이사이마다

잘게 찢겨 숨어 있는 음흉한 휴지 조각들

언 놈은

돈세탁을 한다는데

목까지 올라 온 욕

세탁기를 돌린 나한테는 차마 못하고

그래, 어차피 버리려고 했던 헌 옷들

이참에 버릴까 몇 번씩 들었다 내렸다만 하고

언 놈은

돈세탁도 한다는데,

휴지를 털어내며 신세한탄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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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기가 다 돌아 갔다는 소리가 들린다.

날이 좋으니 얼른 빨래를 널려고 하는데

아뿔사!

주머니에 넣어놓고 확인하지 않고 그냥 둔 휴지가 같이 빨렸다.

조각이 난 휴지들이 옷에 다 들러 붙어있다.

된장, 이걸 다 언제 떼냐고!

내가 한 일이니 화풀이도 못하고 꾹꾹 화를 누르는데 신세 한탄이 절로 나온다.

언놈들은 돈세탁을 한다는데, 나는 휴지세탁이나 하고 있으니

마음 같아서는 다 버리고 다시 사고 싶지만 불가능한 현실.

'그래, 이참에 명상 하듯 도를 닦는거야.'

마음을 토닥거리면서 휴지 조각들을 떼어냈다.

불쌍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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