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에 휴지를 넣고 돌려버렸네
한 번 더 쓰려고 주머니에 넣어 둔 휴지
확인하지 않고 그냥 돌린 탓
오늘따라 많이도 한 빨래
검정 옷 사이사이마다
잘게 찢겨 숨어 있는 음흉한 휴지 조각들
언 놈은
돈세탁을 한다는데
목까지 올라 온 욕
세탁기를 돌린 나한테는 차마 못하고
그래, 어차피 버리려고 했던 헌 옷들
이참에 버릴까 몇 번씩 들었다 내렸다만 하고
언 놈은
돈세탁도 한다는데,
휴지를 털어내며 신세한탄 하네
*****************
세탁기가 다 돌아 갔다는 소리가 들린다.
날이 좋으니 얼른 빨래를 널려고 하는데
아뿔사!
주머니에 넣어놓고 확인하지 않고 그냥 둔 휴지가 같이 빨렸다.
조각이 난 휴지들이 옷에 다 들러 붙어있다.
된장, 이걸 다 언제 떼냐고!
내가 한 일이니 화풀이도 못하고 꾹꾹 화를 누르는데 신세 한탄이 절로 나온다.
언놈들은 돈세탁을 한다는데, 나는 휴지세탁이나 하고 있으니
마음 같아서는 다 버리고 다시 사고 싶지만 불가능한 현실.
'그래, 이참에 명상 하듯 도를 닦는거야.'
마음을 토닥거리면서 휴지 조각들을 떼어냈다.
불쌍한 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