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부터 머리가 아팠다. 참아보다 결국 편두통약을 먹었다.
참은 게 문제였다. 두통이 개지 않아 결국 새벽에 일어나 또 먹었다. 그래도 듣지 않았다. 편두통약 중에는 카페인이 들어가 있는 약이 있어 잠까지 오지 않았다. 둔하게 누르는 통증이 가시지 않는 상태로 뒤척이다 까무룩 잠이 들었다.
깨보니 아침이었다. 남편이 아침 운동을 하고 들어왔다.
머리가 아파 아침밥을 억지로 먹고 약을 한 번 더 먹는데 은근히 걱정되었다.
이렇게 진통제를 자주 먹어도 되는가?
그렇지 않아도 나는 평생 스테로이드제를 먹어야 하는 질환을 잃고 있다. 편두통약이 그 질환에 영향을 줄지도 모른다.
세 번째 약을 먹고 났더니 머리가 갰다. 안개가 걷히고 모든 것이 선명해졌다. 걱정거리까지 사라져 버렸다.
“약이 있으니 아프면 먹으면 되지 뭐.”
머리가 맑아지면 세상이 밝아진다.
세탁기와 청소기를 돌리고 어질러 놓은 책상 위도 정리한다.
창문을 열어젖힌다. 좀돌팥 뽑으며 산책하기 딱 좋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