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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自畵像)

by 꽃하늘

IMG_5874.jpg 자화상(自畵像)_윤동주(1939. 9.)

자화상(自畵像)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
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
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追憶)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윤동주 (1939. 9.)」

오늘은 적는 것으로 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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