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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by 꽃하늘

IMG_5978.jpg 코스모스_윤동주 (1938. 9. 20.)

코스모스

청초한 코스모스는
오직 하나인 나의 아가씨,

달빛이 싸늘히 추운 밤이면
옛 소녀가 못 견디게 그리워
코스모스 핀 정원으로 찾아간다.

코스모스는
귀또리 울음에도 수줍어지고,

코스모스 앞에 선 나는
어렸을 적처럼 부끄러워지나니,

내 마음은 코스모스의 마음이요
코스모스의 마음은 내 마음이다.

「윤동주 (1938. 9. 20.)」

코스모스는 자리를 정해 놓고 피는 꽃이 아니었다.

적어도 내 어린 날의 기억엔 그랬다.


마당 한켠에,

논둑에,

밭 모퉁이에,

무심히 지나가는 길가에도 피어 있었다.


가느다란 몸으로

내 시선이 닿는 곳마다

가을바람에 흔들리며

조용히 손짓하고 있었다.


내 눈에 담긴 코스모스는

시선이 닿는 곳마다 피어 있었고,

조용히 내 옆을 걸어주는 친구 같았다.


지금도 계절마다 피어나는 들꽃을 보면

어린 날 내 마음에 담아 둔

보물상자를 다시 여는 것 같다.


가을마다 다시 만나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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