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헤르만 헤세(하)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자넨 번번이 자신이 별난 사람이고 남들과 다른 길을 가고 있다고 자책하는데, 그런 생각을 버려. 불을 들여다보고, 흘러가는 구름을 응시하고, 그러다가 내면의 소리가 들리거든 즉시 그것들에 자신을 내맡기게. 처음부터 선생님이나 아버지 혹은 신의 뜻과 일치하는지, 그들의 마음에 들지를 묻지는 말라구! 그런 물음이 사람을 망쳐. 그렇게 하면 안전하게 인도로만 걷는 화석이 되고 마는 거야. 이봐, 싱클레어. 우리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 신이자 악마이고 빛의 세계와 어둠의 세계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네. 아브락사스는 어떤 생각도, 어떤 꿈도 제외하지 않아. 그 점을 결코 잊지 말게."
"싱클레어, 다수가 가는 길은 편하지만 우리 길은 힘들다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세."
"싱클레어, 우리는 우리가 그토록 여러 번 이야기했던 일을 경험하게 될 거야! 세계가 스스로 새로워지려 하고 있어. 죽음의 냄새가 맡아져. 죽음 없이는 어떠한 새로운 탄생도 없으니까.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몸서리쳐지는 일이야."
그 별들 가운에 하나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면서 곧장 나를 향해 날아왔다. 마치 나를 찾아오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굉음을 내며 수천 조각의 불꽃으로 쪼개져서, 나를 솟구쳐 올렸다가 땅으로 내동댕이쳤다. 우레와 같은 소리를 내면서 세계가 내 위에 무너져 내렸다.
"꼬마 싱클레어, 들어봐! 나는 떠나야 해. 자네는 아마 언젠가 나를 다시 필요로 하겠지. 크로머나 그 밖의 일 때문에 말이야. 그땐 네가 나를 불러도 내가 말이든 기차든 되는대로 막 타고 올 수는 없어. 그때 너는 네 내면에 귀를 기울여야 해. 그러면 내가 이미 너와 함께 있음을 알게 될 거야. 알겠지? 그리고 또 하나! 에바 부인이 부탁했어. 만약 네가 언젠가 나쁜 처지에 처하면 그녀가 나에게 보낸 입맞춤을 너에게 전해주라고 말이야……. 눈을 감아, 싱클레어!"
이제 완전히 내 친구, 나의 인도자인 그와 똑같이 닮은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