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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쓴 Apr 25. 2022

사람들이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진다.

  졸업 후 백수로 지내던 몇 년 동안의 기억은 나에게 이런 장면들로 남아있다. 카톡프사에서 나와 딴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은 지인들의 모습을 보며 초라해지던 때, 꽃이 피고 지는 아름다움을 눈앞에 두고도 늘 고개를 푹 숙이고 땅만 보며 걷던 때, 늦은 밤 텅 빈 버스의 맨 뒷자리에 앉아 집에 오는 길에 창밖을 보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뚝뚝 떨어지던 때, 밤에 자려고 누워서 "내일 아침에 눈이 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기도하며 잠이 들었던 때, 그럼에도 어김없이 다음날 아침이면 눈이 떠져서 내 인생처럼 공허한 천장을 바라보아야 했을 때,

그때 나는 결심했다.

이제 더 이상 세상이 시키는 대로 살지 않겠다고.



  작년부터 미국 주식 투자를 하고 있다. 미국 주식 책의 저자들이나 미국 주식 유튜버들은 대부분 레버리지 ETF는 위험이 크므로 절대 하지 말라고 한다. 레버리지 ETF는 단순히 말해서 일반 ETF가 오를 때 2배, 3배, 5배 더 큰 폭으로 오르고 일반 ETF가 떨어질 때 2배, 3배, 5배 더 큰 폭으로 떨어지는 ETF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만 알고 있으면 당연히 위험한 종목이다. 특히 올해 들어 TQQQ, FNGU, SOXL 등 유명 미국 레버리지 ETF를 보유한 국내 투자자들이 엄청난 손실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오면서 더 그런 인식이 커진 듯하다.

  하지만 나는 이런 종목들을 몇 개 보유하고 있다. '위험이 높아서 하면 안 된다'라는 말은 '그 위험을 관리하고 감당할 수 있기만 하면 해도 된다'라는 말도 된다. 나는 레버리지 ETF 투자만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매달 꾸준히 나오는 월급이 있고, 설령 크게 손실을 내고 팔더라도 인생이 다 망가질 만한 돈은 아니다. 그래서 요새 미국 시장이 안 좋아도 큰 걱정 없이 내 일상을 충실히 해나갈 수 있다. 레버리지 상품은 수익이 높은 만큼 위험도 높지만, 해당 상품에 대한 이해와 자기 확신 그리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자금 선에서만 하면 된다. 무엇보다 남들이 하지 말라고 해서 안 했는데 나중에 가서 '그거 그냥 해볼껄'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서울의 신축 아파트가 제일 살기 좋고, 자산 불리기에도 좋고, 과시하기에도 좋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래봤자 그림의 떡인 서울의 신축 아파트를 살 수 없는 대다수 사람들은 대안으로 빌라, 오피스텔, 경기도권 아파트, 청약 등을 노린다. 그중에서도 본인이 가진 자금 대비 괜찮은 실거주용으로 많은 사람들이 서울의 빌라를 한번 고려해 볼까 하다 이내 생각을 접는다. 주변 사람들이 "절대 빌라는 사는 거 아니다."라고 극구 반대(?) 하기 때문이다.

  빌라를 사면 안된다는 가장 큰 이유는 크게 "아파트에 비해 가격이 안 오른다, 아파트에 비해 팔기 어렵다."라는 것이다. 그럼 반대로 가격이 크게 오를 걸 애초에 기대 안 하고 사면 되고, 팔기 어려우면 팔지 않고 계속 보유하면서 내가 살다가 혹시 내가 꼭 이사를 가야 할 상황이 생기면 세를 주면 되고, 다른 쪽으로 또 여유자금을 만들어놓으면 된다. 독립을 간절히 원하는 현재 내 상황, 내 자금 사정, 앞으로 계획 등을 감안했을 때 나는 빌라를 매입하기로 했다. 아마 큰 이변이 없으면 내년 초중순쯤이 될 거 같다.



  이런 나의 선택에 사람들은 또 득달같이 달려들어 열 마디, 백 마디씩 할 거다. "왜 그랬냐. 니가 뭘 몰라서 그런다.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다른 사람들을 봐라...." 안 봐도 비디오다. 그래서 내가 주식투자, 그것도 레버리지 투자를 하는 것은 아무에게도 말 안 한다. 아마 내년에 빌라 사는 것도 사기 전까지는 거의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으려 한다. 내가 이런 선택을 했을 때 예상되는 장점, 단점을 다 찾아보고 알아보고 공부하고 비교하고 고민한 다음에 스스로 확신이 드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단 돈 천 원이라도 내 피 같은 돈이 들어가는 일에 수많은 고민을 하고 선택하는 건 나고, 그것에 대한 책임도 내가 진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스스로 선택한 일이라면 남의 말에 흔들릴 필요 없다. 선택을 하고 난 후에는 차라리 입을 닫고 귀를 닫는 게 내 정신 건강에 좋다. 물론 상황은 바뀔 수 있기에 이 선택의 변경이 필요한 때가 올 수 있다는 것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열명 중 열명 모두 '하면 안 된다'라고 하는 것은 정말 하면 안 될 가능성이 크긴 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예전에는 아예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건 절대 하면 안 된다."라고 할 때 예전에는 모두가 그렇다고 하니 정말 아무 생각 없이 그런 줄로만 알았다. 이제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스스로 질문을 한다. "왜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인지? 어떤 경우에 하지 않는 것이 좋은 것인지? 그렇다면 다른 경우에는 해도 괜찮은 건 아닌지? 지금 현재 나의 상황에서 하지 않는 것이 정말 나에게도 좋은 것인지?" 꼭 스스로 질문하고 스스로 답을 내릴 필요가 있다. 모두가 같은 답을 말한다고 해서 그게 모두에게 답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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