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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쓴 Jun 16. 2022

목표를 이루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성장하는 삶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또한 목표를 달성했을 때 느낄 수 있는 성취감은 꽤 큰 행복을 준다. 다만, 문제는 너무 한 가지 목표에 치중해 있을 때 발생한다. 몇 년째 취업에 실패한 취준생의 머릿속엔 빨리 취업을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고, 결혼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나이가 먹어갈수록 빨리 결혼을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현실은 취업을 하는 것보다 취업 후 어떻게 사회생활을 해 나갈 것인지가, 결혼을 하는 것보다 결혼 후 수십 년의 가정생활을 어떻게 함께 꾸려나갈 것인지가 훨씬 더 중요한데도 말이다. 이처럼 한 가지 목표에만 몰두할수록 생각이 편협해지고, 더 깊고 넓게 보지 못하게 된다.

  예전에는 내가 보기에도 남들이 보기에도 꽤 괜찮아 보이는 목표를 세우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결국 그 목표를 달성하면 그냥 다 행복하고 좋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인생이란 게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았다. 수천만 원의 학자금 대출을 다 갚았을 땐 빚을 갚은 것 말고는 해 놓은 게 아무것도 없다는 현실에 너무나 허무했고, 노무사 시험 합격했을 때도 '이게 뭐라고 그 고생을 했을까'라는 생각에 허탈하기만 했었다.

  생각해 보니 목표를 이뤘을 때 "성취감"이 드는 경우는 내가 정말 진심으로 이루고 싶어 했던 목표였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노력했던 경우였다. 목표를 이뤘을 때 "허탈함"이 드는 경우는 내가 진심으로 원했던 목표가 아니었거나(어쩔 수 없이 달성해야 했던 목표였거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넘어 너무 무리한 노력을 했던 경우였다. 그 경험에서 나는 내 몸과 마음을 완전히 너덜너덜하게 만들어서까지 꼭 이뤄야만 하는 목표 따위는 없다는 걸 느꼈다. 내 인생에서 평생 변하지 않을 가장 중요한 0순위 목표는 내가 나 자신을 지키는 것이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이루는 것만이 중요한 줄 알고 살아왔다. 학생일 때는 시험 점수라는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달렸고, 직장인일 때는 승진을 위해 열심히 달렸다. 이렇게 목표를 이루는 것에만 몰두하면, 막상 목표를 이루고 난 후에 크게 방황하게 된다. 요즘 유행하는 "사회 초년생 1억 모으기"도 그렇다. 막상 1억을 모았는데 그 후에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허무하다, 허탈하다는 이야기가 종종 들린다. "1억 모으기"라는 목표를 달성한 그 후의 인생계획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단 다들 하라는 데로 1억을 모으면 그다음에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아주 막연한 생각만 있었을 것이다.

  그동안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던 사실은 목표를 이루는 것보다 "목표를 이루고 난 후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훨씬 중요했다는 것이다. 목표를 이룬다 하더라도 거기서 끝이 아니다. 목표는 긴 인생에서 딱 한 단계 더 성장해 나가기 위한 발판일 뿐이다. 그러니 일단 목표를 이뤘다 가정하고 그 이후의 내 모습, 내 행동을 미리 상상해 보아야 한다. 그래야 목표까지 달려가는 과정에 지치지 않을 수 있고 과정까지도 즐길 수 있다.



  현재 내 목표는 독립이다. 즉, 결국 독립할 돈 모으기다. 아직도 부모님 집에서 지내고 있기에 하루라도 빨리 독립해서 혼자 살고 싶다. 하지만 돈 모으기에 지나치게 열중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일 때마다 산책이나 자전거를 타면서 마음의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한다. 돈 모으기 뿐 아니라 독립 후에도 재밌게 잘 살기 위한 준비도 같이 해놓아야 한다. 그래서 빨리 돈 모아야 할 와중에 돈이 들어가는 취미인 피아노도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돈이 안 되는 책 읽기, 글쓰기도 꾸준히 한다. 목표했던 돈을 모으고 독립을 해도 내 인생은 오르락내리락 반복하며 계속될 테니까.

  나는 요즘 독립 후의 내 모습을 많이 상상한다. 오랜 세월 내 꿈이었던 도서관처럼 꾸며진 '나만의 서재'를 만들어 놓고 그곳에서 책을 읽고 글 쓰는 내 모습, 내가 먹고 싶은 대로 내가 먹고 싶은 시간에 혼자 브런치를 만들어 먹고 있는 내 모습, 거실에 놓여있는 피아노를 자연스럽게 치고 있는 내 모습, TED 강연이나 미드 같은 걸 틀어놓고 혼자 크게 따라 하면서 영어 공부하는 내 모습 등. 상상을 하다 보면 정말 구체적인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설레고, 즐거운 상상들이 계속 이어진다.

  내가 상상하는 그대로 미래가 다가올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런 상상 없이 하루하루를 지내는 것보다는 가능성은 훨씬 더 높을 것이다. 단순히 독립한다는 목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이룬 후의 내 모습을 상상하면서, 독립 후에도 잘 살아갈 수 있는 연습도 함께 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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