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후 일상은 매일 비슷하고 매일 평화롭다. 운동하고, 공부하고, 출근하고, 퇴근하고, 집안일하고, 집에서 밥을 해먹고, 피아노 학원에 간다. 일상은 잔잔하게 그리고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어느덧 독립한지 반년이 넘었다. 그동안 두 계절이 지나갔다. 올해 3월에 독립을 해서 봄의 싱그러움과 새로운 시작의 설렘을 마음껏 만끽했다. (너무 좋아서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독립 후에 하고 싶었던 것들을 바쁘게 해나가다 보니 여름은 뜨거운 더위를 크게 느낄 새도 없이 금방 지나간 것처럼 느껴진다. 베란다로 나가 반려 식물들이 쑥쑥 잘 자라는 모습을 보며, 열어둔 창문 사이로 선선한 가을바람을 맞고 있으니, 문득 독립 후 시간이 꽤 흘렀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가을과 겨울, 앞으로 두 계절을 더 나고 나면 혼자 산지 1년이 된다. 그땐 소소하게 혼자 나만의 독립기념일 1주년 파티를 하려고 한다.
나는 독립하기 훨씬 전부터 독립한 후에 어떻게 혼자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상상을 정말 많이 했었다. 내가 원하는 가구와 소품들로 인테리어를 꾸미면서, 예쁜 반려 식물들이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맞아. 나는 이렇게 사는 걸 그렇게 오랫동안 꿈꿔왔었지.' 하곤 했다. 이 외에 자잘 자잘한 것들에서도 상상했던 게 독립 후 현실로 이루어진 모습들을 자주 마주치게 되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이제 독립뽕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혼자 사는 게 싫어졌다는 것이 아니라(여전히 혼자 사는 것은 너무너무 좋다), 이제 독립이라는 산을 넘고 그 일상이 안정이 되고 나니, 또 다른 산을 찾아 떠나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자꾸 이것저것 찾아보게 된다. 이 시간이 지나면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은 것들, 내가 하고 싶어 했던 것들, 뭐든 최대한 많은 것들을 해보고 싶어서 자꾸 마음이(마음만) 바쁘다. 단순히 부업을 한다거나 새로운 직업을 시작한다거나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재테크를 잘해서 돈을 많이 번다거나 하는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스스로 재미있다 느끼고, 성장해 나가고 있다고, 많이 배우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것들을 더 많이 해보고 싶다. 요즘 약간의 우울함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건 스스로 정체되어 있다고 느껴서 인 것 같다.
요즘 장르 불문하고 책도 많이 읽고 있고, 블로그도 운영하고 있고, 얼마 전 내일 배움 카드로 준비했던 화훼장식기능사도 취득했고, 지금은 내일 배움 카드로 제과제빵학원에서 디저트 만드는 것을 배우고 있다. 크몽에 전자책 판매도 소소하게 하고 있고.. 음.. 제대로 된 전자책을 쓰려고 준비도 하고 있고, 다음 달부터는 새벽 수영을 다니려고 한다. 사실, 이것저것 하고는 있는데 뭘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무엇이든 하려고 한다.
새로운 걸 배우는 걸 좋아하지만 배우는 것은 다 돈이 든다. 그래서 계속 생산적인 일 못하고 이렇게 배우는 것만 해도 되는지 자책을 좀 하다가, 내가 그렇게 싫어하던 "그거 돈도 안되는데 뭐 하러 해?"라는 말을 내가 스스로에게 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아차 싶었다. 돈 안 되는 것이라도, 다른 사람들에겐 쓸데없어 보이는 것이라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이라면 해도 되니까.
독립 뽕이 거의 사라졌지만 그래도 괜찮다. 반년 동안 독립뽕의 황홀함을 맘껏 누렸으니. 이제 익숙해져서 그럴 뿐 혼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은 여전히 좋으니. 단지 혼자 잘 놀고 있긴 한데.. 더 격하게 잘 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