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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쓴 Jun 30. 2019

해야 할 일 vs 하고 싶은 일

  템플스테이를 갔을 때 스님과 다른 참가자들과의 차담 시간이 기억에 남는다. 스님이 어련히 좋은 말씀 많이 해주시겠거니 하면서 별생각 없이 앉아있었다. 다들 돌아가면서 자신의 고민들을 하나씩 얘기하는 시간이 있었다. 나는 돈을 괜찮게 벌 수 있으면서 남들이 알아주는 일과 돈은 별로 못 벌고 힘들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 중에 무엇을 해야 할지가 고민이라고 말했다. 딱히 고민 상담을 하러 갔던 것은 아니라서 두루뭉술하게 돌려 말했다. 내 고민에 스님은 왠지 ‘하고 싶은 것 하세요.’라고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여러 가지 좋은 말씀은 해주셨지만 어쨌든 요지는 하고 싶은 것 하라는 것이었기에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행복한 고민이네요.”     


  그런데 같이 오신 다른 참가자 한 분이 나를 보며 ‘행복한 고민이네요~’라고 하셨다.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다. 하나를 선택하면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는 건 당사자에겐 정말 큰 고민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좀 생각해보니.. 정말 행복한 고민 같았다. 둘 중에 뭘 할지 고민한다는 건, 둘 다 하려고 하면 할 수 있다는 걸 전제로 하는 거니까.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은 결국 ‘뭐든 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넌 왜 맨날 지기만 했니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매년 쭉 다이어리를 써왔다. 앞쪽에는 날짜별로 자격증 공부 일정, 시험과 과제 제출 일정, 알바나 과외 일정, 스터디 일정만 빼곡했다. 그리고 내 모든 다이어리 맨 뒤에는 ‘하고 싶은 일’이 적혀있었다. ‘해야 할 일(홍코너)’과 ‘하고 싶은 일(청코너)’ 이 둘의 스파링에서 청코너는 항상 홍코너에게 제대로 덤벼보지도 못하고 카운터 한방에 쓰러지기만 했다. 항상 ‘해야 할 일’이 먼저였다. 하고 싶은 일을 아예 아무것도 하지 못한 건 아니지만, 여전히 내 다이어리엔(올해 다이어리에도) 하고 싶지만 하지 못한 일이 너무 많다. 11년 내내 ‘하고 싶은 일’ 제목 밑에 ‘적혀만’ 있는 일들.     

08년부터 19년까지 쓴 다이어리

“11년 만에 다시 만나러 갑니다.”     


  얼마 전 인도로 가는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대학교 1학년 때 해외 봉사활동을 다녀온 후로 계속 ‘인도 다시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다. ‘해야 할 일’들에 치이고 치이다 보니 어느새 11년이나 흘렀다. 그런데  문득 ‘인도 갈래?’란 목소리가 머릿속에 스쳤고 며칠 뒤 바로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이렇게 간단한 일을 11년이나 못하고 있었다니.. 내가 그동안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했던 건 ‘해야 할 일’때문이 아니었던 것 같다. 내가 스스로 하면 안 된다고 막고 있었던 것 같다.      


  항상 이걸 하면, 저걸 못한다 생각했다. 그러니 늘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들었다. 그것이 ‘하고 싶은 일’이라면 더더욱. 그런데, 고민만 하면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문제인 거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도 괜찮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도 괜찮다. 이거 하다가 저거 해도 되고, 저거 하다가 이거 해도 된다.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할 일’에 먼저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그렇게 하면 된다. 해야 할 일을 미루고라도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렇게 하면 된다. 결국 내 고민에 대한 답은 내 마음속에 있었다.          




* 두 달간 휴재합니다.


지금은 해야 할 일에 먼저 집중해야 될 때라는 생각에 잠시 글 쓰는 걸 쉬려고 해요.

브런치가 중독성이 있어서 계속 보게 되네요ㅠㅠ인도 가는 것도 9월에 갑니다.

해야 할 일 하고, 하고 싶은 일(글쓰기)하러 9월에 꼭! 다시 올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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