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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로 Nov 14. 2023

사람들과 이별할 준비

희망퇴직이란 걸 하기로 했다

희망퇴직 결정 후 딱 이틀 더 출근하기로 했다. 그리고 퇴직금과 위로금을 받기 위한 서류 제출을 위한 일주일의 시간이 주어졌다. 이제부터 되도록 빠른 시간 내에 나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퇴사 소식을 전하고, 몸과 마음의 이별을 해야했다.      


신청서를 내기 직전 10년을 함께 한 B에게 연락이 왔다. 뭘 눈치챘는지 단도직입적으로 나온다. 

"뭐 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전화통화를 하며 울었다. B도 울었다. 갑자기 내려야 하는 결정에 허무하고, 안타까웠다. 소중한 동료들과 너무 금방 마무리하고 헤어져야 하는 사실에 아쉽고, 서운했다. 그렇지만 언젠가 해야 할 결정을 지금 한 것이라고 나 스스로 위로하고, B를 다독였다. 


퇴근시간에는 H와 전화통화를 했다. 꼭 내가 직접 얘기해야 했다. 미안하다는 말부터 했다. 내가 그만두면 제일 힘들 사람이라서 너무 미안했다. 그렇지만 조직생활 연륜은 어디 가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었다. 일단 상황을 이해하고 버텨보겠다고 한다. 정말 고마웠다. 다행이다. 이렇게 성숙한 동료이기에.  


E는 이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하며, 나에게 많이 의지했던 친구이다. 4년 동안 함께 하며 많이 성장하는 걸 봐왔기에 나에게도 특별한 친구이다. 함께 한발 한발 걸어가며 퇴직 소식을 전했다. 말그대로 길바닥에서 대성통곡이다. 이렇게 갑자기 미안하지만, 언젠가는 겪을 일이라고 설명했다. 조직은 조직이라고, 이러한 과정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고. 그리고 회사는 건재할테니 힘내라고 안아주었다.


마지막 출근일 우리 부서 퇴사자 3명과 저녁식사 자리를 급히 만들어준 Y 덕분에 마지막 사무실 출근일의 아쉬움을 고마움으로 간직한 채 마지막 퇴근을 할 수 있었다. Y를 처음 만났을 때 워낙 조용한 듯하여 나랑 비슷하다고 느꼈었다. 퇴사 소식을 전하는 데에도 담담하게 받아들여주어 선후배들을 부탁할 수도 있었다. 마지막을 챙겨주는 따뜻한 마음이 고마웠다.      


내 결정에 남는 이들이 덜 영향받기를 바랐다. 쉽지는 않겠지만, 누구 하나 그만두면 방황하며 잡서치를 했던 나이기에, 그들이 쉽지 않을 거라는 거 잘 안다. 하지만 버텨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몇몇 좋아하는 분들과 개인적으로 만나서 인사를 나누었다. 항상 큰언니처럼 챙겨주셨던 분, 함께 회사를 걱정하며 아이디어를 나누었던 분, 항상 친절하게 회사 시스템과 흐름을 가르쳐주시던 분, 아이의 교육문제를 상의할 수 있었던 분.... 이렇게 인사 나눌 수 있어서 감사했다. 생각보다 내가 고마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내 퇴사 소식에 먼저 다가와 좋은 말씀 격려 말씀으로 마음을 나눠주는 고마운 사람들도 있었다. 이 회사에서 11년, 그냥 보낸 건 아니었나 보다. 어쨌든 사람은 남을 것 같다. 

‘고맙습니다’     


마지막, 우리 부서장님. 마지막 출근일의 업무 인수인계를 위하여 홀로 야근을 하고 있는 날 퇴근 무렵 나를 부른다. 이미 눈이 퉁퉁 부은 상태시다. 어디서 눈물을 훔치셨는지...... 그리고 딱 한 문장에 나를 울리셨다. 이 분, 내 직장생활 중 처음과 마지막 눈물의 주인공이시다. 

“혹시 다시 생각해줄 수 있어요?” 

이미 신청서를 제출했고, 이미 승인완료되었음을 확인한 상황에서, 이미 많은 동료들이 불편하게 퇴사를 결심한 걸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부서장의 그 말은 내 가슴에 마치 못이 박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럴 거면 내가 방황할 때 잡아주시지...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말을 할 수 없다 하셨으면서 지금은 왜.... 그 몇 초도 안되는 순간에 회사에 대한 원망과 실망으로 참고 참고 있었던 눈물샘이 터졌다. 이 회사의 투명하지 못한 불편한 과정에 실망, 난 다시 생각할 수 없었다. 내가 참 소중한 사람이라며, 본인 욕심에 잡고 싶은 거였다며 본인의 이기심 때문에 한 말이라며 나를 달래는 그가 정말 내게 소중한 사람이다.      


어쨌든 이미 타임오버. 인생은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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