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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로 Nov 14. 2023

마지막 운영회의, 그리고 이별파티

희망퇴직이란 걸 하기로 했다

송별회를 해주고 싶은 부서원들의 마음에 너무 오래 끌지 않고 싶다는 퇴사자들의 마음을 더해, 마지막 출근일이었던 금요일 다음 월요일을 바로 송별회 날로 정했다. 


그날 부서장과 P와 먼저 만나 마지막 운영회의를 하기로 했다. 크게 움직이는 업무들은 부서장이 알고 있으니 앞으로 분장하면 되겠지만, 소소하게 운영을 위해 챙기던 업무들을 모든 직원들에게 나누어야 했다. 

다시는 갈 일이 없을 것 같은 사무실 근처 별다방. 평일 낮시간에 그곳은 나 홀로 노트북과 함께 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조용한 곳이었다.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선택한 내게, 부서장은 벤티사이즈를 사주셨다. 

헉! 이건 마치 비주얼이 사약! 크게 크게 챙겨주고 싶은 그의 순수한 마음이 느껴졌다. 운영회의는 30분이면 충분했고(어차피 남은 자의 몫이기에...), 잠시잠깐의 위로와 중년의 삶의 어려움에 대해 서로 토로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리고 오늘의 하이라이트. 부서원들이 준비해 준 송별회에 갔다. 

커다란 현수막 3장이 걸려있었다. 퇴사자 3명에게 주는 "Independence Day". 

과연 무엇이 독립일까 한순간 생각했다. 진짜 독립이란 회사를 다니고 있어 경제적 자립이 가능할 때 가능한 것이라고 혼자 생각하고 속으로 웃었다. 

선물도 받고 마음도 받았다. 나도 이들에게 선물을 하고 싶었다. 퇴사를 완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 때쯤이면 가능할 거다. 그게 오늘은 아니고.  


동료들의 손 편지가 남았다. 집에 와서 보니 그간 B와 E의 손 편지가 꽤 있다. 이들에게 내가 소중한 존재였구나...... 나에게는 이들이 있기에 회사를 다닐 이유가 있었고, 성과라는 걸 낼 수 있었고, 평가를 하면서 고마웠고 미안했고, 그 과정 속에서 나를 성장시킬 수 있었다. 언젠가는 이별하는 순간이 올 거라는 걸 짐작하고 있었지만, 이별하는 아름다운 순간이 이렇게도 짧을 거라는 건 상상하지 못했다.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엄마처럼 언니처럼 항상 의지가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 사수이자 든든한 선배님, 남은 삶의 여정에서도 자주 뵙고 싶습니다.’

‘영원한 큰언니, 햇살 같은 따뜻함, 앞으로도 제 전용 핫팩처럼 간직할게요.’

‘늘 따뜻한 말씀과 가이드 주셔서 감사합니다.’

‘100캐럿 다이아몬드’

‘지혜의 보고, 늘 지금처럼 현명하고 아름다운 사람으로 꽃길만 걸으시길요’


좋은 말씀들이 참 행복했다. 난 항상 우리 부서의 잔소리 담당이고, 부서 운영이랍시고 내 맘대로 결정하고 통보하던 일이 많았기에 동료들에게 미안해했지만, 지난 일이니만큼 좋게 기억해 주기에 고마웠다. 

퇴사자들을 바로 보내주고 싶지 않은 마음에 준비되지 않았던 2차 회식까지 갔고, 시간이 늦어 귀가를 해야 할 때 부서장은 내가 가는 길 끝까지 배웅해 주었다. 본인이 가야 할 방향은 생각지도 않은 채, 그저 내가 가는 방향을 바라봐주었다. 아마도 정말 잘 보내고 싶은 따뜻한 마음이었을 거다. 

오늘은 이렇게 날이 저문다. 


내일은 새로운 해가 떠야 할 텐데..... 당분간, 내가 준비가 될 때까지 해가 뜨지 않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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