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한 지원군 만드는 법
지난 글에서 우리는 즉시 기록하기, 여러 번 알림 맞추기, 그리고 습관으로 만들기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할 때가 있죠.
ADHD의 특성상 아무리 알림을 맞춰두어도 "5분만 더..."가 30분이 되고, 아무리 기록해두어도 준비를 시작하는 그 첫 발걸음이 어려울 때가 많으니까요.
이어서 좀 더 다른 전략들에 대해서 말해보겠습니다.
“어머, 벌써 왔어요?”
"네, 오늘은 일찍 출발했거든요."
약속 시간보다 20분 일찍 도착해서 여유롭게 카페에 앉아있으니, 마음이 한결 편안합니다.
ADHD를 가진 우리에게 '시간'은 늘 마음 쓰이는 존재입니다. 특히 약속 시간에 늦을까 봐 불안한 마음에 초조하게 이동하거나, 반대로 "아직 시간 충분해"라며 여유를 부리다가 결국 늦어버리는 경우가 많죠.
게다가 '전환'이 어려운 우리는 하던 일을 멈추고 다음 일을 시작하는 데 평소 예상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유튜브를 보다가도, 게임을 하다가도, 책을 읽다가도... 그만두기가 참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들이 있습니다.
첫째, '일찍 시작하기'의 지혜입니다.
"나 이제 준비 시작할 거야"와 "나 이제 진짜 준비 시작해야 해"는 전혀 다른 말입니다. 우리의 뇌는 종종 '생각'과 '행동'을 혼동하곤 하죠. 실제로 행동을 시작하기까지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약속이나 일정이 있다면:
- 예상 소요 시간의 1.5배를 기본으로 잡기
- 실제 출발 시간보다 30분 일찍 나가기
- 도착해서 여유 시간이 생기면 그걸 나만의 휴식 시간으로 활용하기
- 중요한 약속이 있는 날은 그 전날 다른 일정 잡지 않기
업무나 과제라면:
- 마감 3일 전을 실제 마감일로 생각하기
- 시작할 때 필요한 준비 시간도 계산에 넣기
-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를 대비한 여분의 시간 확보하기
- 피곤할 때를 대비해 중간중간 휴식 시간 배치하기
둘째, '지원군 만들기'입니다.
우리의 어려움을 주변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알리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사람에게 ADHD를 이야기할 필요는 없지만, 자주 만나는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우리의 특성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족이나 친한 친구에게:
- "나는 시간 관리가 조금 어려워. 중요한 약속이 있을 때 한 번 더 알려줄 수 있어?"
- "회의 시작 15분 전에 카톡 한 번만 보내줄 수 있어?"
- "오늘 꼭 해야 하는 일인데, 저녁에 한 번 체크해줄 수 있어?"
직장 동료나 팀원에게:
- "저는 미리 알려주시면 더 잘 준비할 수 있어요."
- "중요한 일정은 메일과 함께 캘린더 초대도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제가 놓친 부분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셋째, '마감 임박 피하기'입니다.
우리는 종종 "마감이 임박해야 집중이 잘 돼"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긴박감이 있을 때 초집중이 잘 되는 것은 사실이죠. 하지만 이런 방식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동반하고, 실수할 위험도 높아집니다.
대신 이렇게 해보세요:
- 큰 일을 작은 단위로 나누어 중간 마감일 만들기
- 시작하기 좋은 시간대 파악해서 그때 집중적으로 작업하기
- "조금만 더"가 아닌 "지금 바로" 시작하기
- 일의 진행 상황을 눈에 보이게 기록하고 체크하기
이런 방법들을 실천하다 보면 처음에는 너무 이른 것 같고, 너무 답답한 것 같고, 너무 형식적인 것 같은 기분이 들 수도 있죠.
하지만 이것은 우리가 스스로에게 주는 '마음의 여유'입니다.
매번 초조하게 뛰어가는 대신 여유롭게 걸어가는 사람이 되는 것,
늘 시간에 쫓기는 대신 준비된 사람이 되는 것,
이런 작은 변화들이 모여서 우리의 삶을 더 편안하게 만들어줄 거예요.
오늘은 그저 5분 일찍 시작하는 것부터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