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사람이면 좋겠어 ep.7
시간이 조금 흘렀네
새해가 밝았고 나는 어느덧 살을 한 자리 후반대까지 뺐어 사실 매번 양치질하기 싫고 씻는 것도 귀찮다는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래도 '오늘 불편해야 내일이 편할 수 있다'라고 마음을 되뇌면서 열심히 해보고 있어
엄청 달라진 건 아니야 그래도 머리도 단정하게 자르고 나한테 맞는 향수도 하나 샀어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나름대로 노력하는 중이지
근데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더라고 그토록 안 빠지던 살이 위고비를 기점으로 빠지기 시작하니까, 이제는 속도가 아쉽게 느껴지는 거야 계속 속도가 붙어서 더 빨리 빠졌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드는 거지
그래도 뭐, 이건 나아지려는 욕심이니까 좋게 생각해보려고 해.
그런데 오늘 문득 지하철을 타는데 어떤 분이 성큼성큼 걷지 않고 휴대폰을 보면서 다소 느리게 걷고 있더라고 알다시피 2호선은 사람이 워낙 붐벼서 한 줄로 착착 가야 하잖아 그런데 이분이 앞에서 종종거리며 핸드폰만 보고 있으니까 나도 모르게 화가 계속 나는 거야
속으로는 진짜 한 대 때리고 싶고, 욕을 실컷 퍼붓고 싶었어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흠칫 놀랐어
물론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다 치지만, 내가 생각해도 너무 화가 치밀어 오르는 느낌이었거든 질서를 안 지키는 것에 대한 반발인가 싶었는데, 그런 거랑은 좀 달랐어 그냥 그렇게 길을 막고 있는 그 사람이 정말 싫은 느낌이었거든
이 감정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 뭐 그렇다고 내가 그 감정 때문에 겉으로 뭔가를 하지는 않았어
속으로만 화내고 욕했지 표출된 건 없었으니까
근데 문득 이런 내가 너무 표리부동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정말 내가 정당하게 화를 내고 미워하는 거라면 당당하게 말이라도 할 수 있어야 했는데 그러지도 못했고, 그게 아니라면 이해하고 넘어가 줬어야 했는데 그러지도 못했으니까 말이야
마음이 약해서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분노조절장애 같은 병은 또 아닌 것 같아 어떤 감정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이런 일이 종종, 아니 꽤 자주 있었던 건 사실이야
대부분 정말 사소한 일들이었어
지하철 길 막는 거, 새치기, 길빵, 차 경적 소리... 그냥 생활 속의 한 모습이라고 넘길 만한 일들인데 왜 이렇게 갑자기 화가 났을까 싶더라고
이런 마음을 계속 가지고 있다면 겉을 아무리 잘 꾸민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나는 분명 착한 사람이고 주변에서도 다들 착하다고 말해주는데, 내가 이런 마음을 품고 있다는 걸 남들이 알게 되면 어쩌나 싶어서 겁도 조금 났어
결국엔 마음인 것 같아 겉모습을 가꾸는 것만큼이나 내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게 정말 중요한 일이라는 걸 새삼 느껴 결국 모든 건 내 마음에 달린 일이니까, 앞으로는 내 마음을 좀 더 잘 들여다보고 다스려 봐야겠어
2026.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