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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여행가쏭 Apr 15. 2018

시작 전 완벽주의자

시작하기 전 '최선일까?'의 질문은 나에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게 최선일까?


오래전 드라마 '시크릿 가든'을 통해 "그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라는 현빈의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내 기억엔 백화점 사장이었던 현빈이 부하직원의 보고를 받을 때 자주 했던 말로 기억한다. 업무에 대해 전문지식이 없던 현빈이 좀 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생각해 낸 묘책이었던 것이다. '이게 최선일까?'라는 질문은 적당히 안주하려는 누군가에겐 더 나은 방법을 찾고 나아가게 해 주는 자극제가 되어 주기도 한다. 그런데 왜 나에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걸까? 나아가기는커녕 나를 붙잡는 질문인 것만 같았다. 왜일까? 무엇이 문제일까를 들여다보니, 문제는 질문의 타이밍에 있었다. 나는 시작도 하기 전에 이 질문을 끊임없이 해댔고, 선택지만 수없이 늘리고 있었다. 결정장애인 나에겐 시작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홈데코 관련 일을 해보고 싶어
프리랜서로 홈데코 컨설팅을 해 줄 수 있구나
일러스트를 좀 다룰 줄 알아야겠네, 배워봐야겠다 (이게 최선일까?)
컬러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겠네, 컬러리스트 자격증을 따야겠다
어? 홈데코 관련 어플도 있네. 재밌어 보인다. 나도 만들어 볼까?
어플 만들기라면, 배우거나 외주를 줘야겠구나 (이게 최선일까?)
모델하우스를 꾸며주는 일도 재밌어 보인다. 이걸 해 볼까? (이게 최선일까?)
해외에도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구나, 자료 조사 좀 해봐야겠군
리모델링해서 집을 되파는 일도 할 수 있구나


이 중에 내가 실제로 해 본 것이라고는 인터넷을 검색한 것과 컬러리스트 자격증을 딴 것이 전부였다. 고민할수록 목표는 커졌고, 나와는 멀어져 갔다. 그래서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알 수 없었다. 이 일이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맞는지도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홈데코가 과일이라면 3년 동안 나는 그 겉모습만 관찰했을 뿐, 그 맛은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이다. 생각한 시간이 100시간이라면 실행한 시간은 5시간도 채 되지 않은 듯했다. 이 둘이 바뀌었다면 적어도 이 과일이 단맛인지 신만인지는 알 수 있지 않았을까? 시작 전, 완벽한 답을 찾는다는 건 불가능했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이게 최선이야?'라는 질문의 타이밍을 바꿔야 했다. 우선 하나라도 실행하고 난 뒤로.   

시작하기 전 '최선일까?'의 질문은 
나에겐 도움이 되지 않았다


'가보지 않은 2가지 길 중 어느 길로 갈까 고민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래 적어도 하나는 해보자. 그게 좋으면 그대로 가고 별로면 그때 다른 길로 바꾸자' 이 방법이 나에겐 더 빠른 방법이겠다 싶었다. 

얼마 전 일기장에 하고 싶은 것들을 끄적이고 있었다. 사이드 프로젝트라는 개념을 안 지 3달 정도 지난 무렵이었다. '취향 탐색? 그래 스스로 취향을 아는 거 중요하지. 한번 해보는 것도 재밌겠네. 근데 이거보다 더 중요한 게 많지 않나?(이게 최선인가?) 어휴, 이러다 또 아무것도 못하겠군. 그냥 이거부터 하자.' 덜컥 그날 아침 끄적였던 내용을 블로그에 올렸다. 그것이 '취향 탐색 프로젝트'였고 이는 내 일상에 큰 변화를 주었다. 

1. 취향을 알게 되었다.
2. 블로그를 꾸준히 하게 되었다.
3. '책 쓰기 프로젝트'를 시작할 용기를 주었다.
4. 일상에 즐거운 활력이 생겼다. 

최선의 선택도, 다듬어진 결정도 아니었지만 그래서 더욱더 큰 의미로 다가왔다. '뭐든지 하면 남는 게 있구나' '완벽한 선택을 꼭 해야만 하는 건 아니구나' 생각했다. 하나를 하고 나니 두 번째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첫 번째 프로젝트를 하며 아쉬웠던 점을 두 번째 프로젝트에 반영했다. '이게 최선일까?'의 질문을 해야 할 타이밍이었다. 하면서 고민하고, 고민하면서 시도하다 보니, 적어도 실행하는 시간이 고민하는 시간보다는 많아졌다.  

하면서 고민하고, 고민하면서 나아가자


학창 시절 건축가 김수근 선생님의 전시회를 보러 간 적이 있었다. [내가 가장 아끼고 싶은 나의 작품이란 다음에 내가 해야 할 'Next one'이다]라는 문구가 너무나 인상적이라 다이어리 앞면에 적어 두었던데, 이제야 이 말의 의미를 알 것 같다. 무언가를 계속하고 있기에 가능 한 말이었고, 앞으로도 계속 성장하겠다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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