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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여행가쏭 Apr 16. 2018

매일 카페에서 2시간씩 뭐해?

나를 위한 시간을 마련하니, 나를 만날 수 있었다.

매일 카페에서 2시간씩 뭐 해?

매일 카페에 가서 뭐 하냐는 엄마의 물음에 "제2의 인생을 준비하러 가지"라고 씩씩하게 대답하곤 했다. 육아를 도와주지 못해 항상 미안해하시는 엄마였기에, 걱정시켜 드리고 싶지 않았다. 사실은 그런 거창한 이유는 없었다. 그저 숨을 쉴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육아가 힘들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나라는 존재를 한동안은 버려야 한다는 건 누구도 말해 주지 않았었다. 화장실에 갈 때도, 샤워를 할 때도, 밥을 먹을 때도 항상 아이를 신경 써야 했다.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홀로 육아를 한지 1년 정도가 지났을 때, 내 자존감이 많이 낮아져 있음을 느꼈다. [자존감]이라는 책을 읽으며, 그 이유가 자기 통제감이 낮아졌기 때문임을 알게 되었다. 나의 모든 시간은 아이를 중심으로 흘러갔고, 혼자 외출할 수 있는 시간도 신랑의 퇴근시간에 달려 있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건 거의 제로에 가깝게 느껴지는 일상의 연속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몸에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삼일에 한 번 두통이 찾아온 것. 신랑이 먼저 바람이라도 쐬고 오라며 카페에 다녀오라고 했다.
   

그저 숨을 쉬기 위해 카페를 찾았다


카페로 가는 길, 가을바람을 느끼니 눈물이 날 만큼 기분이 좋았다. 따뜻한 바닐라 라테와 머핀을 먹으며 멍하니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음악을 듣기도 하고, 좋아하는 유튜브 영상을 보기도 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여보, 나 카페 자주 가야겠어." "그래, 그렇게 해." 그때부터 카페 가기는 나의 일과가 되었고, 7개월째 저녁 9시마다 집 근처 카페에 가게 됐다.
   
공식적으로는 월, 수, 금 세 번이 나의 시간이고, 화, 목 이틀이 신랑의 시간이다. 나도 회사생활의 고단함을 알고, 신랑도 육아의 어려움을 잘 알기에 서로에게 선물하는 자유 시간 같은 것이었다. 카페를 가는 날은 하루 종일 이 시간을 바라보며 지냈다. 참 별거 없었는데 그냥 좋았다. 시원한 밤바람을 맞으며 카페로 걸어와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큰 위로가 되었다. 내가 사라진 느낌이 들었던 그때,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건 꼭 필요한 일이었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자존감이 많이 회복되었다



처음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커피를 마시면서 사람들을 구경했다. 이 시간엔 혼자 오는 카공족들이 많았다.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를 했고, 노트북으로 무언가를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누군가는 사업을 하는지 샘플을 잔뜩 들고 와서 앞에 앉은 사람과 회의를 하기도 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으니 저절로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다.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와 같은 추상적인 질문이 아니었다. 오늘 당장 무엇을 할 것인지에 관한 물음이었다.

시간을 만들고 나니 나를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이다. 뭐든 시간을 내는 것이 먼저였다. 정해진 것 없는 그 시간은 나에게 무한한 가능성이 되어 주었다. 혼자 노트북을 앞에 두고 음악을 들으면 나만의 공간이 만들어졌다. 그 안에서 마음 가는 일들을 했다. 미래 편지, 비전보드, 현재의 나 VS 미래의 나, 이것저것을 끄적였다. 어떤 날은 음악을 들을 때도, 책을 읽을 때도 있었다. 블로그 대부분의 글도 카페에서 썼다. 무엇을 했는지 보다 중요한 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는 것이었다. 이 시간을 가진 이후로 아이가 더욱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달콤한 커피, 자율성, 집으로 돌아올 때의 뿌듯함. 이 3가지가 아니었다면 오랫동안 지속하지 못했을 것이다. 집이 아닌 카페여서 가능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여정이 어디로 나아가게 될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너무나 느린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당분간은 계속 해나갈 예정이다. 조금씩 성장하고 있고 단단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앞만 보고 달려가던 나에게 터닝 포인트가 되고 있는 느낌이다.


나를 위한 시간을 마련하니,
나를 만날 수 있었고
다른 길이 열리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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