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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여행가쏭 Apr 16. 2018

글을 쓰면 달라 보이는 것들

소비의 대상이 어느새, 배움의 대상이 되어 있었다.

                                                                     

블로그에 글을 쓴다고 
뭐가 달라질까?


일기장이 아닌 블로그에 글을 쓴다고 뭐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는 없었다. 그저 새로움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누군가 블로그에 글을 꾸준히 쓰다 보면 나를 더 잘 알 수 있다기에, 가볍게 시작한 일이었다. 그렇게 6개월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기대가 낮았기 때문일까? 얻은 것이 꽤나 많게 느껴진다. 내가 쓴 글을 누군가 본다는 생각이 나를 좀 더 치열하게 만들었다. 나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확연히 늘어났다. 그럴수록 더 깊이 내려가 내 안의 이야기를 쓰게 되었고 평소와 다른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내가 글을 쓴다고 말하는 것이 조금 부끄럽기도 하다. 작가도 아니고, 칼럼을 쓰고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내 작은 공간,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는 것이기에 누군가에게 '나 요즘 글을 쓰고 있어'라고 말해 본 적은 없다. 그러나 스스로는 온전히 실감하고 있다. 요즘 글을 쓰고 있고 그 안에서 위로받고 있다는 걸. 글을 쓰는 시간, 무슨 글을 쓸까 고민하는 시간,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제외하면 나의 일상은 무료해질 것만 같다.

블로그 글쓰기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바꾸고 있는 듯했다


우연히 헤이즈의 [비도 오고 그래서]라는 노래를 듣다가 작사, 작곡을 그녀가 직접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저 별] [널 너무 모르고] 이번에 나온 신곡인 [Jenga]등 대부분의 곡들을 직접 작사, 작곡했다는 사실에 그녀가 새롭게 보였다. 가사의 내용들은 자전적 내용들을 담고 있다고 하는데, 직접 가사를 쓰고, 음을 입혀, 노래를 한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이런 생각을 하니, 그녀의 곡을 한 곡 한 곡 더 음미하며 듣게 되었다.

처음에는 글로써 자기를 표현하는 사람들의 용기가 눈에 들어왔다. 싱어송라이터, 래퍼, 작가, SNS에 글을 남기는 사람들. 그러다 그림을 그리고, 춤을 추고, 음악을 만드는, 자기표현을 하는 모든 크리에이터들이 존경스러워졌다. 예전의 내가 책을 읽고 난 후 '이 책은 좋고, 저 책은 별로네'라고 평가를 했다면, 이제는 '아 이 책에서는 이걸 배 울 수 있겠구나' '이 사람은 어떻게 이런 표현을 하게 됐을까?'를 생각하게 되었다. 응원석에서 야구를 구경만 하다가 후보 선수가 된 느낌이랄까? 


소비의 대상이 어느새, 
배움의 대상이 되어 있었다


궁금한 것도 많아졌다. 그냥 지나치던 주변의 모든 텍스트가 눈에 들어왔다. 우연히 멋진 광고 문구라도 만날 때면 그 회사 홈페이지를 찾아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공감이 가는 가치관을 발견하기라도 하면 작은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다. [마이크임팩트] [위워크] 등이 그 예다. 궁금증을 따라가는 하루하루가 이어졌다.

임경선 작가의 [자유로울 것]이라는 에세이를 읽다 보니, 무라카미 하루키의 팬임을 알게 되었다. 이후  하루키의 에세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게 되었고 그가 서른 살쯤 첫 소설을 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연스레 그의 첫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찾아 읽었다. 그 책은 또 다른 책을 추천해 주었고 그렇게 계속해서 책을 읽어나갔다. 읽어야 해서 읽는 게 아니라 궁금해서 읽는다는 건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TV를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아이가 처음 바깥 구경을 하면 모든 게 신기해 뛰어다니듯이, 일상에 굴러다니던 모든 것들이 다 새롭게 보였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궁금해하고, 받아들이고, 그것을 통해 나를 더 잘 알게 되는 것. 이런 일상이 좋았다. 어렴풋이 이런 삶을 살고 싶어 했던 게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블로그에 글을 쓴다는 것만으로 이 모든 변화가 일어난 것은 아니겠지만, 나만의 일기장에 글을 쓸 때는 경험해 보지 못 한 것들이었다.

궁금한 것들이 많아졌고, 그만큼 
나란 사람도 더 알고 싶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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