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을 줄이고, 작은 목표로 성공 경험을 쌓아야 했다.
아이디어가 많다는 건,
결과를 만들어 본 것이 별로 없다는 말이다
권도균의 [스타트업 경영 수업]이라는 책을 읽으며 매우 뜨끔한 문장을 만났다. 아이디어가 많다며 찾아온 학생에게 그가 해 준 말이었다. '결과를 만들어 본 것은 별로 없다. 성취한 것으로는 자랑할 게 없다는 얘기로 들린다.'라고 했다. 맞는 말이었다. 나 또한 생각만 하고 실행하지 못한 일들이 많았다. 한 가지 생각이 들면 잠에 들지 못하고, 끊임없이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침이 되면 물거품처럼 잊혀졌다.
꼬리에 꼬리를 문 생각은 이런 식이었다. 내가 듣고 싶은 강연을 기획해보고 싶어. 컨셉을 정하고, 강사를 섭외하고, 사람들을 모으고. 맥주도 자유롭게 마실 수 있으면 좋겠어. 음악은 이런 음악이 좋을 것 같고, 바람이 부는 야외 옥상에서 진행하면 좋겠다. 마이크임팩트 종로점에 이런 장소가 있네. 한 시간 대여비가 15만 원이구나. 3시간은 사용해야 하니, 강연료는 얼마를 받으면 좋을까? 강사는 누굴 섭외하지? 그런데, 내가 이런 것을 할 수 있을까? 거기서 생각은 멈췄다.
가장 큰 문제는 내가 나를 믿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해보지 않은 일에 목표만 거창하니, 도전이 두려운 것이었다. 실행하지 못한 아이디어가 늘어날수록 기운이 빠졌다. 반복된 무기력에 익숙해지듯이. 아이디어는 아이디어일 뿐이라는 생각이 나를 사로잡았다. 이러다간 안 되겠다 싶었다. 지금 아이디어를 실행할 수 없다면, 우선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기로 했다. 나에 대한 믿음 회복이 선행되어야 할 것 같았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게 뭘까? 그거부터 하자.
욕심을 줄이고,
작은 목표로 성공 경험을 쌓아야 했다
그래, 내가 지금 강연을 열 순 없지만 강연을 들으러 갈 순 있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강연 정보들이 눈에 들어왔다. 알랭 드 보통이 만든 인생학교가 우리나라 이태원에도 있음을 알게 됐다. 적은 금액은 아니었지만 나에게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강연을 보러 갔다. 1세대 철학자 김형석님의 강의였고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주제의 강의였다. 강연은 좋았다. 아쉬웠던 건,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이 모인 만큼 인연을 만들고 싶었는데 한 번의 모임으로 끝이었다.
네트워킹이 되는 강연이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그런 정보가 또 끌려왔다. 그렇게 김난도 교수님이 진행하는 '트렌더스 날'을 만났다. 나처럼 네트워킹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였고, 뒤풀이에만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였다. 2차까지 남아 새로운 사람들과 대화를 나눴다. 강연은 여는 것이 어려워 들으러 다녔을 뿐인데, 누군가는 내가 참 열심히 사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강연을 들어보겠다던 목표는 꾸준히 실행해나가고 있었다. 작은 도전은 그렇게 작은 성공 경험이 되었다.
내가 생각한 걸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목표가 작으니 성공할 확률이 더 높았다. 아, 이렇게 스몰 윈을 쌓아가는 거구나 싶었다. 강연 듣기, 모닝 페이지 쓰기. 책 읽기와 같은 목표를 세우고 해 나갔다. 별거 아니지만 생각한 걸 실행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건 의미 있는 일이었다. 내가 무슨 얘길 하면 '그러다 또 말겠지' 하던 신랑도 내 말을 신뢰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나도 내 생각을 믿게 되었다. 문득, 이 작은 스몰 윈들이 하나의 방향으로 흘러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 목표를 작게 나누면 가능할 것 같았다.
내가 생각했던 수많은 아이디어와 꿈, 버킷리스트 중에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이 뭘까? 1순위는 책 쓰기였다. 이 커다란 목표를 최대한 잘게 나눠 보았다. 단계마다 성공 경험을 느낄 수 있도록. 책 쓰기 모임에 참석했고, 글쓰기 모임에도 참여했다. 블로그에 글을 하나씩 올리기로 했고, 글 하나를 쓸 때마다 스스로를 칭찬했다. 책 쓰기라는 거대한 목표였다면 시작도 못하고 주저앉았을지 모른다.
이 글들이 모여 책이 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그건 중요한 일이 아닐 것이다. 이 작은 성공 경험들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성장하고 있으니까. 한 달 두 달 일 년, 스몰 윈을 쌓으면, 지금은 허황돼 보이는 그 목표들이 실현 가능한 목표가 되어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때까지는 스몰 윈을 만드는 것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그렇게, 작은 성공 경험의
크기를 조금씩 늘려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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