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고 싶은 아이와 잡히기 싫은 매미
에세이 하루와 하루 사이
나무 아래에서 두 소년이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방은 온통 매미 소리로 가득하다.
“있어?”
“응. 저기 위에.”
“잡고 싶다.”
“구러니까.”
아무래도 맨손으로는 어림도 없어 보인다.
갑자기 나 또한 산책을 뒤로하고 소란스러운 나무를 하나 올려다본다. 나무 아래에 서자 매미 소리가 뚝 끊긴다. 매미가 나무 어디쯤에 있나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 나무 아래를 서성이며 둘레를 빙 돈다. 그러자 “징허다. 어떻게 잡은 자린데..., 에이 딴 데로 갈란다.”며 매미 그림자가 날아올라 나를 피해 저쪽 어느 나문가로 피신한다.
내가 뭐 매미를 잡겠다는 것은 아니다. 매미를 발견해 소년들에게 말해주고 싶을 뿐이다.
그런 내 심정은 복잡하다. 언제였을까. 2주 전 해 질 녘이었을까? 언제나처럼 산책로를 걷고 있는데 온통 흙을 뒤집어쓴 탈피하기 직전의 매미 애벌레 종령이 엉기적엉기적 기어가고 있었다. 이제 막 땅 속에서 나온 매미였던 것일까. 나무에 앉아 우는 매미는 종종 봤지만 흙을 뒤집어쓴 채 기어가는 매미는 처음 보았다. 그나저나 이대로 가다간 누군가의 발길에 밟힐 것만 같다.
산책로를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다시 와보니 여적 매미가 엉기적엉기적 걷고 있었다. 앞서 걷던 사람 발길에 하마터면 밟힐 뻔한다. 시멘트 턱에 걸려 벌렁 뒤로 넘어져 버둥거린다. 안 되겠다. 나는 나뭇가지를 주워 들어 흙투성이 매미가 숲길로 들어가도록 도왔다.
그랬던 나인데 아이들 편에 서 매미 잡을 궁리를 한다. 한편 잡히지 않았으면 싶기도 하다. 내적 갈등으로 심히 복잡하다. 그래도 저렇게 아이들이 매미를 잡고 싶어 안달을 하니, 나무에 앉아있는 매미를 발견해 알려주고 싶어 괜스레 나마저 안달이 난다.
아이들이 하염없이 나무 곁을 서성이자, 드디어 매미 쪽이 나무를 떠난다. 아이들은 곧바로 다른 나무를 찾아 물색한다.
매미 보는 것을 포기한 나는 소년들을 주시하며 산책을 이어간다. 아이 엄마일까? 아이들에게 이제 그만 가자고 달랜다. 매미를 잡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아이들에게 엄마의 말소리가 귀에 들어올 리가 없다.
“10분까지는 간다고 했어. 할머니 기다리셔.”
그러자 아이들이 엄마를 뒤따른다.
매미를 잡고 싶은 어린이와 잡히기 싫은 매미의 심정을 헤아리며, 그냥 매미의 모습이라도 보고 싶은 나는 마냥 서운하다. 요즘 매미들이 진화한 것일까. 소리는 요란한데, 모습은 코빼기도 안 비춘다.
그나저나 그 흙투성이 매미 애벌레도 번데기에서 탈피하여 여기 어느 나무에 앉아 아이들을 홀리며 울고 있을까. 여름 더위마저 물리쳐버릴 만큼 요란한 소리를 내며 그렇게 온 힘을 다해 어디선가 울고 있을까. 이리된 마당에 맘껏 울만큼 울었으면 싶다. 땅속에서 지낸 세월을 다 날려버릴 만큼 그렇게 원 없이 울부짖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