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차 증후군 같은 것이었을까

에세이 하루와 하루 사이

by 강이랑

어쩌면 시차 증후군 같은 것이었을까? 논문을 한 편 써야 하는데 좀처럼 써지질 않았다. 우선 자료 조사다. 기존에 연구된 세 편의 선행 연구자료를 바탕으로 퍼즐이 비어 있는 곳을 메꾸는 작업을 개시했다.


밤이면 밤마다 선행 연구자료를 힌트 삼아 검색 작업에 들어갔다. 몇 날 며칠간의 작업 덕분에 어느 정도 정보와 자료가 모아졌다. 인터넷에 공개된 자료도 다수 확보하였지만, 도서관을 가야만 구할 수 있는 자료가 있었다.


빌린 책을 반납도 할 겸 먼저 동네 도서관으로 직행한다. 원하는 도서가 대출 중이다. 어느 도서관에 있는지 검색을 해보았더니 용산 도서관과 남산 도서관에 있다.


나는 이 두 도서관을 너무나 좋아한다. 코로나 이전에는 시간만 나면 도서관에 갈 정도였다. 두 도서관은 바로 인접해 있고, 한 곳에 자료가 없으면 다른 한 곳에 자료가 있어서 편리한 데다, 학창 시절을 남산 아래에서 보냈기 때문에 애착이 가는 곳이다.


겸사겸사 남산 공원과 남산을 오르기도 하고, 덕분에 모자란 산책과 운동을 겸할 수 있어서 정말 많이 찾았던 곳이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휴관하는 날이 잦아 근처에 있는 도서관을 애용하게 되었다.


폐관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오랜만에 빛의 속도로 걷는다. 먼저 용산 도서관에 들러 자료를 확보하여 남산 도서관으로 직행했다. 분명히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고 왔건만, 남산 도서관은 휴관이었다. 날짜를 잘못 본 것이다. 5월 말부터 8월 말까지 휴관인데 나는 8월부터 개관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남산 도서관 벤치에서

동네 도서관에서 집으로, 집에서 다시 전철을 타고 용산 도서관으로 가서 자료를 빌러, 곧바로 남산 도서관에 들린 터라 저녁 무렵이었지만 땀이 비 오듯 했다. 벤치에 앉아 집에서 챙겨 온 얼음물을 들이켰다. 무심코 바닥을 보는데, 매미가 한 마리 소임을 다하고 떨어져 있다. 나는 매미를 바로 세워 사진을 찍은 다음 수풀 속으로 돌려보냈다.


바닥에 떨어진 매미

정말 오랜만에 와보는 남산 공원이다. 1년 만일까? 그새 새 길이 단장되었다. 남산 도서관에서 빌려야 할 자료를 하나 획득하지 못했지만 남산 공원을 가로지르는 것만으로도 뿌듯함이 있다.


남산 공원 길

이렇게 자료가 모아지고 방법론이 정해져 이윽고 시작을 하면 집중을 잘하는 편인데도 이번에는 좀처럼 집중이 되질 않았다. 그리고 어제는 낮까지 자고, 다시 오후 무렵에 잠이 들었다가 저녁에 일어나 든든하게 저녁을 챙겨 먹고 논문 쓰기에 돌입했다.


남산 공원 길

몸의 생체 리듬이 깨진 상황에서 시차 적응이 필요했던 것일까. 아니면 논문 쓰는 리듬이 깨진 것일까. 정말 오랜만에 밤 내내 작업을 했다. 변환이 너무 어려웠다. 어쩌면 이번만이 아니다. 이렇게 변환이 어려워서야 어디 밥벌어 먹고 살겠는가? 어찌 되었거나 밤새 모아놓은 자료를 퍼즐 맞추듯 맞추는 작업을 했다.


내리막 남산 공원 길

이쪽에서 저쪽으로 넘나드는 것이 갈수록 어렵다. 하지만 당연하지 않은가. 같은 사람이 사는 곳이지만 나라가 다르듯 같은 글이지만 리듬이 다르다. 이렇게 생각하니 기분이 좀 나아진다. 이제 다듬는 일만 남았다. 마무리 작업은 낮과 밤의 순리 속에서 진행해보자. 생체 리듬을 살리고 그 리듬을 타보자. 그리고 또 어려워지면 다시 시차 적응을 해보자. 뭐 급할 것 없다.


전철을 타러 가던 서울역 지하도에서 마주친 비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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