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과 열매를 손에 쥘 때

에세이 하루와 하루 사이

by 강이랑

분꽃이 꽃을 피우더니 씨앗을 품었다. 검고 검은 분꽃 씨앗이 단단히 영글어가고 있다.

나는 지금도 종종 씨앗이나 열매를 손에 쥘 때가 있다.


들판에서 획득한 분꽃 씨앗

분꽃 씨앗은 어릴 때부터 좋아했다.

어른이 된 지금도 길거리에서 검정 분꽃 씨앗을 보면 한 두 개 따서 손에 쥔다. 뭔가를 획득하고 내 손에 쥔 기분이 든다. 가끔은 한 손 가득 분꽃 씨앗을 따들고 산책하는 내내 마치 염주나 묵주처럼 하나하나 세어 가며 기도하듯 내가 사랑하는 존재들의 안위와 행복을 기원할 때도 있다. 그런 다음 분꽃 씨앗을 흙이 있는 적당한 곳으로 돌려보낸다.


몇 달 동안 내가 키운 분꽃이 드디어 씨앗을 품었다. 몇 개의 씨앗을 더 품을지 알 수 없지만 하나하나 모아 내년에 화분에 씨앗을 심어 싹을 틔워보자.


때죽나무 열매

아무 열매나 그냥 막 줍는 것은 아니다. 나와 인연이 닿을 때 주워 든다. 때죽나무 열매, 도토리, 솔방울과 인연이 있다. 산책을 하거나, 길거리를 걸을 때 바로 내 앞으로 토독, 딱, 열매가 떨어지는데 어찌 줍지 않겠는가. 나무가 내게 보내는 시그널이나 선물 같기만 하다.


도토리

그러면 나는 그 열매를 주워 간직한다. 책장이나 책상에 올려놓고 두고두고 바라본다. 그럼 마음이 아주 든든해진다.


며칠 전 내 앞으로 떨어진 작은 솔방울

며칠 전 도서관에서 나와 길을 걷는데 작은 솔방울 하나가 바로 앞으로 딱 떨어졌다. 주워 들어 손에 쥔다. 막 떨어졌을 때는 단단히 오므리고 있더니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자 열매가 꽃이 피듯 그렇게 하나하나 열린다. 나무에서 떨어졌는데도 솔방울은 계속 변화를 이어간다.


우연히 인연이 닿은 화초나 씨앗, 나무 열매를 손에 쥘 때 경건한 마음이 든다. 길가는 내내 열매를 손에 쥔 채 열매에 대한 생각을 한다. 바로 내 눈앞으로 큰 소리 내며 떨어졌으니, 어쩔 수 없다. 이리된 거 우리 집으로 가자. 내게는 너희들의 그 단단함과 힘이 경이롭다. 흙이 아닌 곳이라 미안하기도 하지만 나와 함께 공간을 공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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