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들과 곤살로 모우레의 《안녕, 캐러멜!》(페르난도 마르틴 고도이 그림, 배상희 옮김, 주니어김영사, 2006)을 읽고 독서 토론을 하고 시를 썼다.
《안녕, 캐러멜!》은 북아프리카 서사하라에 살고 있는 난민 소년 코리와 낙타 캐러멜에 대한 이야기이다. 코리는 귀가 들리지 않고 말을 못 하는 소년이지만 어린 낙타 캐러멜과 친구가 되어, 낙타의 말을 알아듣고, 특수학교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글자를 익혀, 시를 써 나중에 시인이 된다.
남자 어린이가 그린 주인공 소년 코리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어린이들에게 코리와 낙타가 살고 있는 서사하라 지도를 보여주었다.
나는 이 책을 지금까지 네 번을 읽었는데 읽을 때마다 매 번 눈물이 난다. 아이들도 이 책을 읽고 슬펐는지, 한 명 한 명 돌아가며 읽은 소감을 말하는데 감상이 남다르다. 우리는 코리와 낙타 캐러멜이 처한 상황. 서사하라가 처한 상황, 난민에 대하여, 동물과 어린이와 어른에 대하여, 가족에 대하여, 척박한 환경에 대하여, 같은 상황에 처하면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란 문제에 이르기까지 심도 있는 토론을 이어갔다.
남자 어린이가 그린 선인장
《안녕, 캐러멜!》에는 코리가 느끼거나 쓴 다양한 시들이 나온다. 나는 준비해 간 ppt를 보여주며 코리의 시들을 어린이들과 함께 낭독했다.
보리풀
보리풀이 참 맛있구나.
새파랗기도 하지.
이슬 맛이구나.(《안녕, 캐러멜!》, p28)
엄마가 심은 보리풀을 조금씩 조금씩 가위로 잘라 모아두었다가 캐러멜에게 주었을 때 낙타가 한 말이다. 어린 소년 코리는 어린 낙타의 말을 마음의 귀로 알아듣는다. 그렇게 들은 낙타의 말로 시를 쓴다.
구름 속에는
솜풀을 뜯고
하늘의 우물을 마시는
새하얀 낙타가 있고,
해님 속에는
불꽃 풀을 뜯고
하늘의 우물을 마시는
황금빛 낙타가 있지요.(《안녕, 캐러멜!》, p46)
코리가 쓴 시다. 그래서 우리들도 코리처럼 시를 써보기로 했다. 나도 이날 내 마음에서 떠오르는 시를 한 편은 말로 읊어주고, 두 편은 화이트보드에 썼다.
<지렁이>
지렁아, 너는 성이 지 씨고
이름이 엉이야?
뭐래?
두 명의 어린이가 협업해 그린 강아지 그림
<화분>
화분 속에 있는 것은?
지렁이?
바람?
엄마?
거울?
사랑?
모두 다, 다다다다다다다다다!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대로 썼다. 뭔가 내가 쓴 시에는 물음표가 과하게 많다. 그랬더니, 아이들이 그림을 그려주었다.
어린이들이 그려준 삽화
어린이들도 모두 시 한 편씩을 쓰고, 낭독을 했다.
두 말할 필요도 없이 내가 쓴 시보다 좋았다.
다 다 다 좋았다.
《안녕, 캐러멜!》을 읽고 슬픔의 눈물을 흘리고, 아이들의 시를 들으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남자 어린이가 선물로 준 그림 <양자 슬라임>
남자 어린이가 선물로 준 <양자 슬라임>의 힘을 얻어 독서 토론 수업을 마치고 전철을 몇 번이고 갈아타 용산 도서관에 들러 이틀 연체한 책을 반납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참으로 뿌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