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좋은 날!

에세이 하루와 하루 사이

by 강이랑

모자를 눌러쓰고 책을 빌리러 집을 나섰다. 하늘은 맑고 , 햇살은 마냥 따스하다.

도서관 카운터에 곧바로 두 권을 반납하고, 새로 빌릴 책들을 검색했다.

한 사람 당 일곱 권까지 대출할 수 있는데 용산 도서관과 정독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은 아직 반납을 못 했다.


새로 빌려야 할 책이 일곱 권이나 된다.


나는 당장 필요한 책 네 권을 골라 카운터에 내민다. 어쩌면 이 네 권으로 이미 내 대출 권수는 찼을 것이다.


그래도 한번 물어보았다.

“혹시 저 몇 권 더 빌릴 수 있을지 알 수 있을까요?”

그러자 사서 선생님이 유리 칸막이에 붙여놓은 안내문을 가리키며 14권이라고 말씀하신다.

"14권이요?"

나는 깜짝 놀라 안내문을 살펴보았다.


9월 독서의 달 두 배 대출 실시


세상에 두 배라니, 10월까지라니. 14권을 빌릴 수 있다니.

생각지도 못한 좋은 일을 맞닥뜨리게 되었을 때의 기쁨이란, 폭죽이 터지고 드넓은 가을 하늘을 훠이훠이 유영하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세 권을 더 빌러 한 권은 도서관에서 읽고 반납하고, 여섯 권을 가방에 담아 거리로 나섰다.


도서관에서 본 가을 하늘


도서관 광장에서 바라본 하늘은 드넓었고, 아직 가시지 않은 기쁨에 발걸음은 가벼웠다.


거리에서 하굣길 아이들과 마주쳤다. 나보다 더 이른 시각에 오늘을 시작했을 아이들이다. 아이들이 짊어진 가방 하나하나까지 다 눈길이 간다. 20여분이나 같은 방향을 걸어가던 두 남자 고등학생은 어찌나 유쾌하게 장난을 치며 가던지. 가방의 무게 또한 내가 아직 짊어질 수 있는 무게라, 나는 집으로 가는 길이 버겁지 않다.


며칠 전에 본 황매화

봄에 만개했던 자목련 나무에 뒤늦게 봉오리가 맺힌 꽃이 있다. 때에 맞춰 모두 함께 피어날 때의 모습도 화려하지만 뒤늦게 모습을 드러내는 꽃들도 아름답다. 며칠 전에는 황매화도 보았다. 황매화 한 나무와 목련 한 나무가 봄, 여름, 가을까지 꽃을 피우다니. 나의 분꽃도 7월 16일에 꽃 한 송이를 피우더니 여태껏 저녁부터 아침까지 날이면 날마다 열 송이 넘게 꽃들을 피우고 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침을 거르고, 점심을 거른 나는 쇼핑백을 찾아든다. 현관문을 닫으며 분꽃에게 눈길을 준다. 나는 이미 진 꽃과 이제 곧 필 꽃봉오리를 구분할 줄 안다. 그런데 바닥에 검정 씨앗이 하나 떨어져 있다. 왜 몰랐을까? 날마다 보고 또 보는데. 분꽃 씨앗을 주워 주머니에 넣고 편의점에 들러 유부 초밥과 음료수와 디저트와 물을 사 나오는데 유리문 바로 아래에 아주 작은 매미가 떨어져 있다.


분꽃 씨앗과 매미

나무 아래도 아니고, 이 매미는 왜 여기 편의점 앞에 떨어져 있을까? 게다가 너무 작은 매미다.

나는 매미를 주워 든다. 같이 우리 집으로 가자.


도서관은 오늘부터 책을 두 배로 빌려 주고, 아직도 피어나는 봄꽃을 보고, 나의 분꽃이 틔운 씨앗을 줍고, 매미를 발견한, 오늘은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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