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한번 읽어볼까?> 모리스 샌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
《괴물들이 사는 나라》의 주인공 소년 맥스는 늑대옷을 입고, 장난을 치다 엄마에게 혼이나 저녁밥도 못 얻어먹고 방 안에 갇힌다. 방은 점점 숲으로 변하고, 맥스는 배를 타고 항해를 떠난다. 일 년을 항해한 끝에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 도착하는데, 맥스는 난리법석을 떠는 요상한 괴물들을 단숨에 제압한다.
그런 맥스를 향해 괴물들은 말한다.
괴물 중의 괴물
괴물들이 맥스 보고 괴물 중의 괴물이라고 말하다니. 도대체 어떻게 했길래?
맥스가 한 것은 “눈 하나 깜짝 않고 괴물들의 노란 눈을 노려”보며 “조용히 해!”하고 호통친 것과 꼼짝 못 하게 마법을 쓴 것. 여기서 나는 배운다. 괴물을 만났을 때는 당황하지 말고, 두 눈을 노려보며, 침착하고 담대하게 “웃기지 마!”라든가 “조용히 해!”라고 호통쳐야지.
그리고 마법을 써야지. 솔직히 마법은 못 쓴다. 마법은 의식적으로는 못 쓸 것 같다. 무의식적으로 저절로 일어나야지. 그래서 그냥 마법이 일어난다고 믿을 수밖에.
그런데,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서 ‘괴물’은 무얼 상징하는 것일까?
몸이 엄청나게 크고, 이빨과 발톱이 날카로우며, 어떤 특정 동물을 연상시키는 괴물도 있지만 동물과 조류와 인간의 모습을 뒤섞어놓은 듯하기도 하다. 머리카락과 수염 등은 인간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어떤 괴물은 성인 인간의 발을 하고 있다. 이 그림책의 작가 모리스 샌닥은 괴물들을 이렇게 묘사한다.
괴물들은 무서운 소리로 으르렁대고, 무서운 이빨을 부드득 갈고, 무서운 눈알을 뒤룩대고, 무서운 발톱을 세워 보였어.
요란스럽고, 성질 사납고, 공격적인 성향임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도 무서운 눈알. 괴물의 눈은 눈썹도 없고 샛노란색으로 곧바로 튀어나올 것처럼 땡그랗다. 눈을 크게 뜨고 그 무언가를 호시탐탐 노랗게 불을 밝히고 있는 자이다.
하지만 이런 괴물들이 맥스를 괴물 나라 왕으로 모시고, 달을 보고 울부짖거나, 나뭇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리거나, 춤추며 행진하며 맥스와 함께 신명 나게 괴물 소동을 벌이며 논다. 그림책에서 이 장면은 글 없이 그림만 클로즈업되는데 이때의 괴물들은 천진난만하고 순박하기조차 하다.
모두가 알다시피 인간의 머리카락을 하고, 인간의 발을 한 괴물은 우리들 어른들의 모습일 것이다. 어린이들 입장에서 보았을 때 어른들은 모두가 괴물로 보일 때가 있을 것이다. 가끔도 아니고, 어쩌다도 아닌, 종종, 시시 때대로. 아이들이 이런 어른들과 살아가기 위해서는 순진무구만 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맥스처럼 늑대의 외피를 걸치고, 괴물을 대면하고, 괴물을 다스리는 법을 터득하지 않고서는 괴물과 맞설 수 없다.
또는 맥스가 어떤 성장기 기로에 서서, 거친 세상 속을 살아가기 위해, 자신 안의 야생성으로 상징되는 괴물성을 불러내, 분기하였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며, 또는 자신 안의 괴물성을 공상이나 내면 여행을 통해 해소하고 왔다고도 볼 수 있다.
소년이 늑대옷을 입고 방 한 켠에 자신만의 기지를 만들기 위해 커다란 못과 커다란 망치를 든 장면이다. 엄마한테 야단을 맞고 방에 갇히는 결정적인 장면이다. 분리를 통한 자신만의 세계를 확보하고자 고군분투하는 소년의 엄청난 에너지가 느껴진다. 아무리 괴물이라도 성장기에 놓인 어린이의 에너지와 맞먹으랴. 그래서 괴물들이 맥스를 보고 “괴물 중의 괴물”이라고 했을지도.
중요한 것은 우리 주변과 각자의 내면에는 괴물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며, 소년이 자신 안에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내면 여행 또한 실제로 몸을 움직이는 것만큼 에너지가 소모되며, 이럴 때 엄마의 요리는 소년을 현실세계로 귀환시키는 힘을 지닌다. 맥스를 왕으로 모시고 함께 신나게 놀았다고 해서, 괴물들의 괴물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소년의 귀환은 중요하다. 아니나 다를까 맥스가 괴물 나라 왕을 그만두겠다고 하자, 괴물들은 본색을 드러내며 “제발, 가지 마. 잡아먹어 버릴 테야. 우린 네가 너무 좋단 말이야!”라며 발톱을 세워 보인다. 좋아한다면, 그 존재가 떠날 때 응원하며 떠나보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나저나 괴물들을 향해 마법을 부리고, 스스로의 왕이 된 맥스가 부럽기 짝이 없다. 표지는 바닷가 괴물 나라 숲에서 곤히 잠들어 있는 사람 발을 한 괴물이다.
바다 건너편에는 맥스의 맥스호가 정박해 있다. 떠날 수 있는 배가 있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배가 있다니! 오늘은 맥스 덕분에 나의 배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나는 나의 배가 있다면 그 배를 타고 맥스처럼 괴물 나라에 다녀올 수 있을까? 내면세계에서는 그 무엇이든 허용되는 세계이다. 그 모든 세상의 초자아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그렇게 자유롭게 항해할 수 있는 힘도, 어쩌면 엄청난 힘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