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물 한 잔 마시고 치과에 들러 진료를 받고, 햇살이 좋아, 그 길로 근처 생태 공원으로 겨울 산책을 나섰다. 공원 가는 길목에서 운 좋게 관목 속에 있던 새둥지를 발견했다. 겨울이라서 볼 수 있는 관목 속 둥지. 누구의 둥지일까? 참새나 오목눈이의 둥지일까?
아기 새들은 모두 무사히 알을 깨고 부모 품을 떠나 날아올랐을까?
공원에는 아름다운 겨울 풍경으로 가득했다.
아름다움과 행복이 멀리 있지 않았다. 바로 우리 동네 안에 있었다. 보라색 꽃양배추 위로 떨어진 붉은 산사나무 나무 열매와 채 녹지 않은 눈. 이 아름다운 색의 조화와 배치. 자연이 만들어낸 예술 작품. 나는 야외 전시관에라도 온 듯 햇살을 쬐며 자연이 배치한 천연 풍경 하나하나에 시간을 들여 관람했다.
이름 모를 빨간 열매를 먹고 있는 직박구리도 만났다. 직박구리 두 마리가 술래잡기를 하듯 요란스럽게 서로를 쫒고, 열매를 먹고, 어디론가 날아갔다가 다시 와 열매를 먹는다.
청둥오리 두 마리도 만났다. 얼음이 녹기 시작한 냇가에는 이들 두 오리만의 고요한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그 누구도 침범하지 못할, 그 누구도 침범해서는 안될 그들만의 공간.
공원 내 미니 온실에 들어갔더니 제라늄꽃이 한창이었다. 따뜻한 온실에는 온기가 가득했고, 큼직큼직한 열대 식물 꽃이 한창이었다.
겨울을 이렇게 아름답게 나고 이렇게 아름답게 장식하는 존재들이 가득한데, 나는 한파 때 이불속에서 웅크리고 지냈구나.
아니아니 이들도 어쩌면 두터운 눈에 파묻혀 가만히 가만히 있다가 이제 막 나왔을지도. 그렇게 생각하니 그래도 위안이 된다. 이들의 아름다움에는 한없이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이 아름다움을 보았으니, 나도 좀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올 한 해에도 고마운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세밑 아름다운 풍경 속을 걸으며 한 해를 돌아본다. 올 한 해는 집단적인 트라우마를 일으킨 큰 슬픔이 있었다. 종종 그때의 아픔을 떠올린다.
그렇게 겨울 산책을 하는 사이 4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나는 어쩌면 하루 종일 이곳에서 헤매도 하나도 질리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공원 안은 천연 전시물로 넘쳐났다. 이 전시물은 오늘이 지나 내일이 오면 다른 모양으로 변할 전시다. 누군가가 배치를 바꾸지 않아도 스스로 새로운 전시물을 보여주는 그런 살아 움직이는 전시인 것이다. 이 어찌 시간이 아깝다 하겠는가? 이 어찌 배가 고프다 하겠는가!
붉은 산사나무 열매
나는 올해 분꽃 두 송이를 틔워 천 송이의 꽃을 보았다. 아침에 문을 열면 바로 눈 앞에서 아름다운 빛깔로 한결같이 백 일 내내 자리했던 분꽃도 서리를 맞았다. 하지만 50개의 씨앗을 남겨주고 떠났다. 분꽃 씨앗을 모아둔 종이 봉투를 가끔씩 흔들어본다. 차랑차랑 경쾌한 소리. 내년 새 해에 같은 모습, 다른 빛깔로 다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