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문학 연구가의 좌충우돌 생존기
7년 동안 한 골을 못 넣었다
학교 연구소 일이 끝나고 창작, 번역, 평론 활동으로 들어서서 나는 무던히도 출판사에 문을 두드리며 출간을 위해 도전하였다. 결론은 7년 동안 한 골을 못 넣었다.
축구, 농구, 야구 등에서 슈팅 연습을 하듯 어쩌면 내게 이 7년은 슈팅 연습 기간이었는지도 모른다.
잘 가는 산책로에 농구 골대가 있다. 어린아이부터 중년에 이르기까지 많은 분들이 농구공 하나로 슈팅 연습을 한다. 거의 백발백중으로 슛을 성공시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 골도 들어가지 않는 사람도 있다.
슛을 다 성공시키든, 실패하든 공통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이들이 골대를 향해 쉼 없이 슛을 던진다는 점일 것이다.
던지고, 또 던지고, 그리고 또 던진다. 한 시간 슛 연습을 할 때도 있고, 두 시간 주구장천 슛 연습을 하는 사람도 있다.
글 쓰는 내게 출판사는 골대나 마찬가지이다. 골대가 있고 공이 있으면 슛을 던지면 된다.
나는 이 7년 동안, 무던히도 공 던지는 연습을 해왔다. 공은 골대를 맞고 엉뚱한 곳으로 튕겨져 나갈 때도 있었고, 골대에서 한참을 벗어날 때도 있었으며, 그물망만 살짝 건드릴 때도 있었고, 골대에 전혀 미치지 못할 때도 있었다.
그래도 나는 계속 슛을 던진다.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넣다 보면 슛 찬스가 온다. 공을 던지지 않으면 슛 찬스는 없다.
그 무엇보다 나는 던질 수 있는 공을 가지고 있으며, 그 공에 대한 믿음이 있다. 내가 가진 공 또한 농구공, 축구공, 탁구공 등 다양하다.
나는 그림책을 사랑한다. 나는 수십 년간 그림책을 보고, 그림책을 매개체로 다양한 작업을 해왔다. 창작 활동에 들어선 어느 날 나는 그림책의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익히 알다시피 그림책은 그림만으로도 된 그림책도 있지만 그림과 글이 만나 탄생한다.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혼자서 그림과 글을 다 하는 경우도 많지만, 그림을 그리는 사람과 글을 쓰는 사람이 달라, 서로 협업하는 경우도 많다.
그림 그리는 재주가 없는 나 같은 사람이 그림책 작업을 할 경우에는 그림을 그려주는 화가를 향해 먼저 공을 성공시켜야 한다. 그림책 글만 쓰는 내가 그림을 얻어내기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림책 더미북을 두 개 성공시켰다.
이 두 개의 더미북 공, 너무도 탱글탱글하고, 크고, 멋지다.
나 혼자 힘으로 만들어낸 공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좋다. 협업으로 얻어낸 이 공이 나는 자랑스럽다.
이제 골대를 조준하고 던진다. 단번에 튕겨져 나오지만 괜찮다. 공은 끄떡없으니까. 천 번 만 번 던져도 바람도 빠지지 않는다. 나는 다시 한번 내 손에 쥔 공을 본다. 멋지다. 이 멋진 공이 들어갈 곳은 오직 골대다. 그물망을 뒤흔들며 골대에 골이 꽂힌다.
그러나 현실은 7년 동안 한 골을 못 넣었다.
하지만 나는 공을 가지고 있다. 그것도 아주 멋진 공을 말이다.
오늘도 나는 골대를 향해 슛을 던진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듯, 가까스로 공을 획득하고, 그 획득한 공으로 슛을 던지며 결국 인생을 배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찐 사회 공부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지금 손에 쥔 이 공이 저 골대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갈 때 공은 소멸된다. 슈팅을 성공하는 순간 나의 멋진 공은 내 손을 떠나 대중 속으로 나아간다. 내가 더 이상 만질 수 없는 공이 되는 것이다. 내 공이 아닌 모두의 공이 되는 것이다.
나는 내가 던지는 공이 모두의 공이 되는 그날을 향해 오늘도 골대를 향해 슛을 던진다.
그리고, 이 글을 막 쓰고 났을 즈음에 나는 드디어 한 골을 성공시켰다. 7년 만에 한 골을 성공시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