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가난이 일상이다

어린이문학 연구가의 좌충우돌 생존기

by 강이랑

난 가난이 일상이다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 내겐 가난이 일상이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없는 게 많다. 집도 없고, 차도 없고, 장롱도 없고, 텔레비전도 없고, 식탁도 없고, 소파도 없다. 없는 것투성이다.


그런데도 난 살 곳이 있고, 계절마다 입을 옷이 있고, 냉장고 속엔 내게 영양을 줄 소박한 먹거리가 있다.

옷과 먹거리는 때때로 친구들이 보내주기도 한다. 자신들이 입을 옷을 사며 내 옷도 주문하고, 자신들의 먹거리를 살 때 내 것도 주문하여 보내준다.

난 어제도 친구가 준 침대에서 잠을 잤고, 친구가 준 그릇에 담아 음식을 먹었으며, 친구가 사서 보내준 선풍기로 더위를 이겨냈다.


이렇게 쓰다 보니 난 참 하자 많은 인간 같다.

9년간의 일본 유학 생활 내내 가난했지만, 대학 공부를 마쳤고, 논문을 썼으며, 그 많은 책과 자료를 배편으로 부칠 수가 있었다. 그렇게 가난했는데도 일본에서 친구들과 일상을 공유했으며, 지금도 마찬가지다. 내가 생각해도 참 도박 같은 삶이고, 한편으론 신기하다.


유학 생활을 마치고 충주에서 생활할 때였다. 간신히 연구실을 확보하여 모든 책과 자료를 연구실 책장에 수납하고, 나는 방 한 칸짜리 원룸에서 살았다. 원룸에서 학교까지 논길과 산길을 오고 가며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연구실에서 생활하는 나날이었다. 나는 2년을 그곳에서 지내며 어디로 가면 맛있는 오디를 따먹을 수 있고, 어느 시기 어디로 가면 황매화 군락을 볼 수 있으며, 어디 가면 적당한 가격에 맛난 음식을 별미로 먹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봄날 나는 달래가 먹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그때 너무도 가난했다. 나는 들로 달래를 캐러 나갔다. 내 눈에는 달래 천지였다. 나는 달래를 캐고 또 캤다.

그리고 절반은 집주인에게도 나눴다. 나는 달래를 깨끗하게 다듬고 씻어 절반은 부침개를 만들고, 절반은 된장국을 끓여 먹었다. 정말 입맛을 돋우는 별미였다. 내 입은 충족되고 마음마저도 충족되었다.

나는 내가 달래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 온 밭을 헤집고 다니며 나물을 캔 이력이 있기에, 철석같이 믿었다.


그러다 며칠이 지나 우연히 인터넷을 통해 어떤 방송을 보는데, 달래와 달래가 아닌 것을 알려주었다. 열심히 보고 있다 보니, 아무래도 내 손으로 캐서 부침개와 된장국을 끓여먹고 주인집까지 나눠준 달래는 달래가 아니었다.


방문을 벌컥 열고 나가 주인아주머니를 찾았다. 그리고 달래 해서 드셨냐고 물었다. 맛있게 해서 드셨다는 거였다. 아아, 그렇다면 내가 먹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달래이건 아니건 내가 들에서 캔 그 식물이 먹을 수 있는 것이어서 다행이었다. 가난한 내 배를 만족시키고, 식욕을 돋우어 준 이름 모를 그 식물이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새삼 고맙다.


아, 나도 이 식물들처럼 괴로움에 처한 가난한 영혼에게 기꺼이 먹거리가 되리라. 그들이 힘들고 지쳤을 때, 입맛을 돋우고, 삶의 빛을 찾을 수 있도록 정신적인 먹거리가 되리라. 일반적인 경제적인 통념에서 보았을 때 처절하게 가난한 삶을 사는 나는, 영혼과 정신적인 세계에서 자양분이 되고 싶은 심정이 든다. 그래야만 나의 이 가난이 보상받고, 달래를 닮은 이름 모를 식물에게 내가 보답하는 길일 것이다.


오늘도 가난한 삶을 사는 나는 드넓은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내가 할 수 있는 넉넉함에 대해 가만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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