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8번 출구로 나가 반납할 책을 짊어지고 샛길 계단을 뚜벅뚜벅 올라가는데 파란 감이 떨어져 있다. 수십 번 올라가며 바로 옆 남대문 시장에서 파는 만두 생각은 했지만 이 계단에 감나무가 있는 건 인지하지 못했다.
꽃을 피워 예쁘게 열매를 맺었는데 더 크기도 전에, 채 익기도 전에 떨어지고 말았다. 실제로 UFO를 본 적은 없지만 UFO 같다. 부메랑 같기도 하다.
용산 도서관 어린이실에 들러 책을 반납하고 오늘 볼 책을 하나하나 찾아 내가 빌릴 수 있는 5권을 빌리기 위해 선별 작업에 들어갔다. 바로 옆 책상에서 어린 오누이가 책을 읽으며 입을 틀어막고 웃음을 참고 있다. 얼마나 책이 재밌으면 저럴까! 소리 내 웃어도 되련만 매너가 참 좋다.
어린이들에게 뒤질 소냐 나도 엄청나게 집중하며 책을 본다. 내가 빌릴 수 있는 책은 7권인데 2권은 반납을 안 했으니 5권을 빌릴 수 있다. 못 빌려가는 책은 읽고 가야겠다.
자가대출반납기에서 대출 작업을 하는데 화면에 김영순 님이 빌릴 수 있는 책은 23권이라는 문구가 뜬다. 23권! 무슨 일이냐? 이 상황은? 사서님께 여쭤보니 30권을 빌릴 수 있단다. 허걱 30권. 이 숫자 실화냐? 우리 동네 공공 도서관에서 두 배 곱절로 빌려본 적은 있지만 30권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권수다.
4월 중순부터 시작했다는데 나는 오늘에야 알았다.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좋다. 그런데 5권에서 8권으로 늘어나니 가방이 무겁다.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다니는 것은 예전부터 내가 잘하는 특기였다. 하지만 며칠 전 무리를 하고 나서 몸이 삐걱거려 조금 겁이 난다.
걱정없다. 서울역까지 가는 길에는 멋진 건물들이 많다. 어느 건물에 어떤 벤치가 놓여있는지 파악 완료다. 힘들면 그곳에서 쉬어가면 된다. 급할 것 없다.
다시 조금씩 책짐을 짊어질 수 있는 몸을 만들라는 신호다. 그나저나 30권 대출이라니 대단하다. 용산 도서관 스고~이. 스케일이 다르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