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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서역의 초록

하루와 하루 사이

by 강이랑


일이 있어서 화서역을 향해 집을 나섰다.


오전 9시 반의 화서역, 홈에서 바라본 초록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화서역 홈을 지날 때마다 나무가 참 멋있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시간은 충분히 여유가 있었다.

러시아워 대 시간을 지난 데다가 일반 열차가 서는 화서역은 한적했다.

한 시간을 걸쳐 가방을 메고 분비는 전철을 갈아타고 도착한 데다가 아름다운 초록에 이끌려 홈 벤치에 앉았다. 그리고 집에서 타온 커피가 담긴 텀블러를 꺼냈다. 가끔씩 오는 남의 동네 역 홈 벤치에 앉아 마스크를 내렸다 올렸다 커피를 마시며 초록을 구경했다.


이 울창한 나무는 어떤 사람이 심었을까?

언제 심었을까?

가끔 전철 창밖으로 문득 득 선로 공터에 들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모습을 감탄할 때는 많았지만, 남의 동네 역에서 나무를 보며 감탄하는 것은 처음이다.

10여분 안팎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행복했다.

일이 끝나 다시 화서역을 향해 걸어가는 길에 오디나무를 발견했다. 잎은 푸르고 오디는 굵기도 하다. 화서역 바로 가까이에도 초록이 가득하고, 화서역을 향하는 길가에도 멋진 나무들이 가득했다.


단지 화서역과 일이 있는 작은 책방을 오고 갔을 뿐인데도 얼마나 초록이 넘쳐나던지.

얼마나 은혜롭던지.

5월 마지막 날, 화서역 홈에서 본 초록을 기억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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