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우리 아버지를 가리켜 하는 말이다.
최근에 큰언니, 작은언니, 셋째언니, 나 이렇게 네 자매가 만났을 때였다. 큰언니가 아버지를 가리켜 “조석으로 바뀌는 사람이라”하고 말씀하신다. 이보다 더 정확한 표현이 있을 수 없다. 맞는 말이다. 우리 아버지는 그 마음이나 행동이 조석(朝夕)으로 바뀌는 사람이다. 좋은 쪽으로나 나쁜 쪽으로나 모두.
어머니 장례가 끝나고 고향집에서 아버지 하고 3일을 지내고 왔다.
아침으로 된장국을 끓여드렸더니, 어떻게 끓이냐고 물어보신다.
그래서 그 다음날 아침에 된장국 끓이는 실습을 했다.
“아버지 냉장고 속에 어머니가 멸치 똥을 따놓은 비닐 봉다리가 있어요. 이거예요.”하고 가장 기본이 되는 멸치와 된장을 알려드리고, “감자랑 양파는 어디에 있을까요?”하고 물어보았다. 양파는 아버지가 아는 지인 밭에서 직접 주워온 것이기도 하다.
“모르겄어야.”하신다.
“모를리가 없으세요. 한번 잘 생각해 보세요.”
"생각났이야."
“어디 한번 앞장서 보세요.”
그렇게 아버지와 난 부엌문을 열고 마당을 가로질러 그늘진 뒤안으로 갔다. 뒤안 평상에 감자와 양파가 한가득 있었다. 엄마는 여기서 양파 껍질을 까서 가는지, 커다란 그릇에 과일칼이 있고, 양파 껍질이 가득했다.
“보세요. 엄마가 여기서 양파 껍질을 까셨네요.” 아버지는 큼지막한 양파를 두꺼운 손으로 까신다.
본격적인 된장국 끓이기 시간이 시작되었다. 청양고추도 넣고 싶다고 하셔서 텃밭에 심어둔 고추도 땄다. 그렇게 해서 이날 아침은 아버지가 끓인 된장국으로 아침을 먹었다. 맛있었다.
“된장은 어디에 있디야?” 어머니가 반창통에 퍼서 냉장고에 넣어 두고 간 된장으로 끓였기 때문에 아버지는 장독대 어느 항아리에 된장이 있는지 알고 싶으신 거다. 아침은 이런 식으로 된장국을 끓여 먹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럼 장독대로 가볼까요. 엄마가 가장 많이 쓴 항아리라 뚜껑이 젤 좋아서 금방 찾으실 수 있을 거예요.”
아버지는 정말 바로 된장 항아리를 맞추셨다. 뚜껑을 열고 된장을 어떻게 퍼야 하는지 알려드리고 나서였다.
“저 서울 갈 때 된장 좀 퍼갈게요.”
“너는 사먹어야.”
처음엔 내 귀를 의심했다. 엄마한테서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말이 아버지한테서 들려왔기 때문이다. 나는 다시 말했다.
"된장 퍼갈게요."
“아따 너는 사먹으랑게.”
“저 된장 퍼갈게요.”
“나 먹어야 헝게 넌 사먹어야.”
“아버지 항아리에 된장 많아요.”
이렇게 이날은 마무리가 되었다.
다음날 서울로 돌아오는 아침, 나는 텃밭에서 고추도 따고 장독대에 들러 내가 먹을 만큼 엄마의 된장을 반찬통에 퍼담았다. 아빠가 나오셨다.
“아버지 저 된장 퍼가요.”
“그래라. 퍼가~.” 그러신다.
아내를 잃은 아버지는 앞으로 아침을 어떻게 해서 먹나 고민했는데 어제 손수 된장국을 끓여 먹어보고 이러면 아침은 해결되었다라는 생각에 온통 마음속으로 된장 욕심으로 가득했던 찰나였다. 그랬던 아버지가 날이 바뀌고 순순히 “그래 퍼가야~”그러신다.
조석으로 바뀌시는 우리 아버지, 좋게 바뀌어서 다행이었다. 아아, 나는 된장을 퍼올 수 있어서 너무 기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