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평소 꿈을 잘 꾸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 엄마가 돌아가시기 며칠 전에 꿈을 꾸셨다.
저짝에 돼지고기가 보이는디 먹을라고 보니까 젓가락이 없어야
젓가락이 없어서 돼지고기를 못 먹은 엄마. 엄마는 평소 육식을 즐겨하지 않는 분이다. 그런 엄마가 된장찌개를 끓일 때는 돼지고기를 넣으셨다. 엄마는 병마에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지금 여기로의 삶을 회복하기 위해 분투하셨다. 죽음과 사투를 벌이며 싸우던 엄마는 어쩌면 돼지고기의 영양이 간절히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엄마의 꿈을 들으며 “젓가락”에 생각이 멈췄다. 저쪽에 돼지고기가 보이는데, 젓가락이 없어서 못 먹은 엄마.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는 말이 있듯이, 젓가락이 없으면 손가락으로라도 드실것을 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꿈속에서 엄마는 젓가락을 찾았을 것이고, 나는 젓가락이 없었다는 엄마의 말이 내내 걸린다.
엄마의 꿈속에서 젓가락이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까?
숟가락이 여성성이라면 젓가락은 남성성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사는 내내 자식 키우고 먹고사는 문제에 최선을 다했던 엄마를 생각하면, 젓가락은 생존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엄마는 돌아가시는 날 새벽 4시경부터 이상했다. 마지막이 되는 이날은 조카와 함께 엄마를 지켰다. 우리 조카는 전날에도 하루 종일 할머니를 지켰었다. 나는 서울로 올라와 아이들 독서코칭을 하고 저녁에 다시 합류했는데 우리 조카의 지극한 할머니 사랑을 보며, 그래도 우리 엄마가 헛살지는 않았다는 생각을 했다. 엄마가 간절하게 오빠를 찾고 숨소리가 이상한 것을 감지했지만 나는 여전히 엄마의 회복을 믿었다.
하지만 맥박과 호흡을 체크하는 기계 데이터는 새벽 4시경부터 빨간색이 짙어지고 있었다. 바로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오빠와 언니에게 연락했다. 그 후 엄마는 언니들과 오빠의 간호를 받으며 다섯 시간 뒤 영면하셨다.
엄마가 입원하실 마침 그때에는 서울의 나의 분꽃이 막 꽃을 피울 찰나였다. 그래서였을까? 오빠와 새언니와 언니들이 병실을 지킬 때 잠시 쪽잠을 자며 나는 나의 분꽃이 꽃도 피우지 못한 채 시들고 만 악몽을 꾸었다.
내가 지키지 못한 나의 분꽃은 이웃 분께서 물을 주셨다. 나는 올해 피운 첫 분꽃을 보지는 못했지만 걱정과 달리 분꽃은 꽃을 피웠다.
밤중에만 피우는 분꽃이여, 86년 동안 최선을 다해 살아간 한 여성이 그토록 무서워한 저승으로 가는 길 불 밝혀 주시고 그 붉은빛으로 지켜주시길, 간절히 바라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