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시간 전철을 타고 이동하다 보면 별의별 일이 다 생긴다. 이날은 어떤 잘 차려입은 할아버지가 전철 안에서 정치적인 성향을 드러내며 고래고래 소리를 치더니, 갑자기 자리에 앉아있던 중년 남성에게 손을 내밀며 배가 고프니 돈을 달라고 요구한다. 어찌나 끈질기고 당당하게 요구하는지 중년 남성이 자리를 뜨고 만다. 바로 가까이에 있던 이제 막 대학에 들어간 듯한 청년 대여섯 명이 그런 할아버지를 무던하게도 잘 받아준다.
정말이지 밝고 유쾌한 청년들이었다.
용인에버라인 전철은 마치 모노레일처럼 높아서 창으로 보이는 하늘이 넓고 웅장했다. 두 시간에 걸쳐 타고 온 네 대의 전철마다 분위기가 각각 달라 신기했다.
동백문고는 여전했다. 넓고, 환했고, 책이 있고 문구가 있고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윤슬 작가님이 직접 설명해 준 캘리그래피 전시. 책이나 성경에서 작가님이 가져온 글귀는 작가님의 내면을 통과해 캔버스로 옮겨지며 새로운 혼이 담기고 예술이 된다.
작가님이 브런치 스토리에 올려도 된다고 허락해 주셨다.
작가님과 근처 호숫가를 산책하고 저녁을 먹고 나자 시간은 6시 반을 넘었다. 이날은 날이 흐려서 하늘은 시시각각 변했는데, 검은 먹구름이 온통 하늘을 뒤덮고 그 너머로 해는 지고 있었다.
하지만 모를 일이다. 작가님과 나는 이때까지만 해도 아, 저녁 잘 먹었다. 오늘 하루 잘 보냈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늘이 점점 변해갔다. 갑자기 하늘 저 너머로 붉은빛이 보였다.
그래도 이때까지만 해도 아직 몰랐다.
이윽고 알았다.
보통일이 아니란 걸.
시간은 거의 7시가 다 돼 가고 있었다. 음악 소리가 난나보다. 윤슬 작가님이 앞을 가리킨다. 언제부터 그렇게 모여있었을까.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 모습에 빠져있는 동안 공원 야외 공터에 수십 명의 사람들이 경쾌한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었다. 작가님도 몇 번 참여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도 아래로 내려가 나는 손만 파닥파닥댔지만 춤을 추었다.
우리는 세 곡 정도에서 포기하고 앉아서 리듬만 탔지만 그분들은 아마 1시간 정도 추셨을 것이다. 대단하다!!!
여기는 용인, 여기는 어디, 여기는 과테말라 남미인가? 순간 그런 착각이 들 정도였다.
윤슬 작가님의 이번 전시 테마는 LOVE, MERCI, JOY였는데, 정말 러블리하고 메르시(감사)하고 엔조이한 날이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전철을 네 번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기쁨과 즐거움이란 엄청난 선물을 안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