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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이랑 Nov 20. 2023

바깥 식물들은 괜찮을까?

하루와 하루 사이+그림책


11월 초까지 날이 따뜻하다가 하루 차이로 극과 극의 강추위가 휘몰아쳤다. 일주일 전 전혀 예상치 못한 한파가 몰아쳤을 때 나는 정말이지 춥다는 말을 한 백 번을 한 것 같다. 춥다, 춥다, 너무 춥다, 정말 춥다 하고 입 밖으로 꺼내지 않고서는 배겨힘들 정도였다. 햇살이 있는 낮은 그래도 나았는데, 해가 진 저녁 무렵부터 밤의 추위는 상상을 초월했다. 어떤 일이 갑자기 들이닥쳤을 때의 당혹감이라고나 할까 황당함이라고나 할까  그런 심정이었다.


며칠 춥다가 말겠지 하는 마음이 있어서인지, 현실적으로 잘 받아들이지 못해 난방을 틀지 않는데,  일주일이 다 되어가는데도 한파 이어지고 있다.


바깥 식물들은 괜찮을까? 밤이고 낮이고 피할 데 없이 바깥에 있어야 할 식물들 걱정되었다.

근처 수목원 장미정원 더니, 며칠 전까지도 쌩쌩하던 장미가 냉해를 입어 꽃은 마치 드라이플라워를 한 것처럼 막 피다가 말라버린 모양이었고, 잎사귀는 색이 퇴색되어 있었다.

  

연못의 수련도 막 피다가 얼어붙은 모습이었고, 파릇파릇 생기 있던 잎사귀도 마치 강한 햇빛이나 불에 탄 것처럼 냉해로 축 처져 있었다.    


그리고 이삼일 지난 엊그제 토요일에는 아직 채 물들지 못한 파란 은행나무잎이 길가에 모조리 떨어져 있었다.

관련 기사를 찾아보니 대봉감, 밀, 마늘 등 농작물도 이번 한파로 냉해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예년에 비해 온도가 높아 작물과 식물들이 한껏 위로위로 뻗어 오르 꽃들도 두 번 세 번 피어오르다가 이번 한파로 엄청난 대미지를 입게 된 것이다.

미야자와 겐지 글에 오이카와 겐지가 그림을 그 그림책 『은행나무 열매』(박종진 옮김, 여유당, 2020)에는 때가 되어 어머니 은행나무를 떠나 여행 나서는  이야기가 나온다. 은행나무 열매는 “북쪽에서 얼음처럼 차갑고 투명한 바람이 휭 하고 불어”오는 것을 신호로 “다 같이 한꺼번에 비처럼 나뭇가지에서 뛰어”내린다. 북풍은 “올해도 이렇게 안녕, 안녕, 하는구나. 망토를 펄럭이며 사라지는데, 지금 우리 눈앞에 있는 현실의 은행나무 아직 때가 아닌데도, 아직 준비도 안 한 상태인데 때 이른 한파라고 하는 폭탄을 맞고 말았다.

   


이번 한파는 자연재해일까, 아니면 우리들 인간들이 초래한 환경문제에 따른 인재일까. 미래를 위한 단련의 기회와 지혜를 전수하지도 않은 채 무조건적으로 오냐오냐 감싸다가 어떤 심경의 변화인지 하루아침에 돌변하여 아직 독립할 때도, 마음의 준비도 안된 존재들을 내모는 북풍과 같은 냉혹한 상황은 없는지 되돌아본다.  

반대로 독립할 때가 한참을 지났는데도 여전히 어머니 은행나무에게 매달려 있는 은행잎이나 은행에게는 따끔하게  북풍을 불어 재끼는 것도 한 방편이라는 생각도 든다.


자의 차가움은 자칫 잘못하면 대미지로 남고 후자의 차가움은 주저하는 존재를 일깨워 자신의 삶을 살아가게 하는 기회로 작용할 것 같도 하다.


식물과 농작물에게 냉해를 입힐 정도로 한파가 이어지고 있는 한밤중, 나는 감쪽같이 숨어있다가 어느 순간 득달같이 달려드는 모기와 전쟁 중이다. 그 차가운 한파에도 모기들은 끝끝내 살아남았다. 어떻게 한파를 피했냐고 모기에게 물어보고 싶을 지경이다.


 이른 한파에 잎사귀가 후두둑 떨어질지언정 끝끝내 살려고 발버둥 치는 모기 같은 존능력 또한 필요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불현듯 스치고 지나간다.


이래저래 잠 못 드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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