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일이다. 새벽 4시경이었을까. 방안 공기가 다르다. 바람이 살아 돌아다니는 것 같다. 어제까지의 바람과 차원이 다르다.
드디어 난방을 켰다.
12월은 역시 12월이다. 괜히 달이 바뀌는 게 아닌가 보다.
12월의 찬바람은 벽을 통과한다. 옛이야기 <쥐 시집보내기>에서 예쁘고 예쁜 딸 신랑감을 구하러 해님을 찾아가자 구름이 더 세다고 하지, 구름을 찾아가니 바람이 더 세다고 해서, 바람에게 딸의 남편이 되어달라고 하자 아무리 세게 불어도 벽은 뚫을 수 없다며 거절한다. 하지만, 12월의 찬바람은 벽도 뚫나보다.
바람이 방안을 맴도는 게 보일 정도였다.
덕분에 나의 난방 시작이다.
난방이 들어간 방안 바닥을 맨발로 돌아다닌다. 어제까지만 해도 두꺼운 양말을 신지 않고서는 다니지 못한 방이다. 맨발에 닿는 따뜻한 감촉이 감미롭다.
아아 13월이 없어서 다행이다. 12월 다음에 새로운 해가 와서 다행이다.
12일 1일 난 난방과 함께 시작한다. 11월 인내했으니 이 따뜻함을 좀 누려보아야겠다. 안에서 향유한 따뜻함으로 12월의 차가운 바깥을 맞이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