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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이랑 Jan 25. 2024

우리동네 작은 그림책도서관


우리 집에서 전속력으로 뛰어가면 2분 거리에 작은 그림책도서관이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지역주민들의 자원봉사로 운영되는 도서관이다. 그림책 신간을 체크하고 싶을 때 자주 들러 도서관에 비치된 그림책을 살펴보곤 한다. 아주 작은 그림책도서관이지만 출판사나 작가별로 그림책이 빼곡이 꽂혀있다. 길을 지나던 할머니가 잠시 들를 때도 있었고, 지적장애인 아이와 엄마가 안녕달 작가의 《왜냐면…》을 되풀이해서 읽을 때도 있었다. 작은 그림책도서관이라는 공간에서 그림책도 보고, 사람들도 관찰하며 그렇게 지내는 것도 좋았다.  


무슨 심경의 변화일까. 한 명의 이용객으로 도서관을 이용하는 것만이 아닌 독서모임이 있다면 참여하고 싶어 문의를 해보니 그림책공부 모임이 있다고 하여, 참석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개인적으로 오랜 지인들과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그림책 모임이 있다. 모두 사전에 알고 지내는 친근한 관계로 형성된 모임이다. 몇 년 간 계속 이어지고 있는 걸로 보나, 고정 멤버들의 참여율로 보나, 그림책 선별과 토론 내용으로 보나 대체로 만족도가 높은 것 같다. 하지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동네분들과 함께 그림책을 읽거나 책을 읽는 모임은 전무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동네 사람들과 함께 오프라인에서 하는 책읽기에 참여하고 싶었다.


드디어 새해 들어 우리동네 작은 그림책도서관 그림책 읽기 모임에 참석을 했다!


작은 그림책도서관 안쪽에 따로 공부 모임방이 있었는데, 나는 이날 처음으로 새로운 공간으로 입성했다. 도서관 오픈 서가와는 또 다른 분위기가 감돌다. 참석자는 한 분이 결석해 나를 포함해 모두 네 명이었다. 나는 분수를 아는 신참자, 조신하게 처신했다. 의자도 가장 바깥 걸로 앉고, 나대지 않고 선배님들의 말씀을 조용히 경청하고, 커피나 과자를 주시면 감지덕지한 마음으로 음미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너무 신선하고 너무 재미있었다. 내가 저 멀리멀리 그림책 공부 모임을 하러 다니는 동안 우리동네 바로 옆 그림책도서관에서는 이렇게 재미있게 지내고 계셨구나란 생각이 들자 왜 진즉에 참여할 생각을 못했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물론 나도 그림책으로 아주 재미있게 생활하고 있기는 했다. 그림책은 혼자가 아닌 함께 봐야 보이는 것이 있고, 재미가 되고, 우침있다. 그림책은 세계관을 확장시고, 관계를 다.


시간 반 동안 선배님들이 선별해온 그림책 다섯 권을 보았다. 인간에 대해, 삶에 대해 되돌아보 집중한 시간이었다. 우리가 그림책으로 토론하고 있는 사이, 도서관 저쪽 자유 열람 공간에 이용객 한 분이 그림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분은 우리가 그러거나 말거나 자신의 시간에 집중하고 있었다. 예전의 나를 보는 듯했다. 작고 작은 도서관, 그것도 그림책도서관, 한 명 한 명의 사람들이 허투루 보이지 않는다.


젊은 선배님들은 오전 그림책 모임이 끝난 뒤 서둘러 일을 하러 가시기도 하고, 다른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모두들 바쁘다. 그림책을 읽고 토론할 때의 부드러운 시간과는 또 다르다. 다들 너무 부지런하시다. 게으른 나는 부끄럽기 그지 없다.


그림책읽기 모임 멤버 중에 가장 그림책에 대해 잘 알고 계시는 선배님이 결석을 했다고 한다. 신참자, 모임에 한 번 참석했을 뿐이다. 두 번째 모임 때, 결석한 선배님이 오실까? 어떤 분일까? 나같은 새로운 신참자가 까? 그럼 내가 하루 선배가 되는 것일까? 궁금증과 호기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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