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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이랑 Jan 26. 2024

정독도서관 가는 길


정독도서관을 가기 위해 종각역에서 내렸다.


정독도서관은 안국역에서 가면 가장 빠르지만, 환승을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에 종각역에서 내려서 걸어간다. 몇 갈래길이 있다. 인사동 거리를 경유할 때도 있고, 때로는 조계사 길을 경유할 때도 있다. 때로는 교보문고를 거쳐 경복궁 거리를 경유할 때도 있다.


인사동이나 조계사길을 걷다 보면 내가 마치 서울에 관광온 관광객 같은 기분이 든다.

어느 다른 나라에 살고 있고, 서울이라는 도시를 관광온 듯한 그런 기분. 그래서 갈 때 탑골공원을 들렀다 갈 때도 있고, 조계사를 들러 화초를 구경하고 가기도 한다.


그렇게 묵묵히 걸어 덕성여자 중·고등학교가 있는 율곡로 길을 걸으며 위로위로 올라가면 그 길 끝에 정독도서관이 있다.


내가 자주 가는 종로도서관, 남산도서관, 용산도서관 모두 언덕 꼭대기나 산 아래에 있다. 종로도서관은 경복궁역에서, 남산도서관과 용산도서관은 서울역에서 내려 배낭을 메고 위로위로 걸어 올라간다. 나한테는 도서관을 향해 걷는 길이 불현듯 일종의 도심 속 작은 순례길이나 마찬가지일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정독도서관은 관내로 들어가면 건물과 건물이 계단과 통로로 마치 미로처럼 연결되어 있다. 도서관 안에서 열람실을 못 찾아 관내를 헤맬 때도 있다.


정독도서관은 정원이 무척이나 넓고 사시사철 아름답다. 정독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햇살이나 부드러운 바람을 느끼며 야외 등나무 벤치에 앉아 독서를 하곤 한다. 그때마다 지금 내가 마주친 이 시간, 이 공간이 바로 낙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 모든 공간을 QR코드를 찍고 출입이 가능했을 때, 정독도서관을 들르면 도서관 회원증을 찍고 들어갈 수 있었다. 당연하게 드나들었던 곳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게 되었을 때의 그 불편함과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세상이 막히고, 공간에 제약이 생겨도 도서관 회원증 하나로 서가의 열려있는 세계를 탐험할 수 있었다. 폐쇄적인 시공간 속에서 도서관은 탈출구가 되어주었다.


광화문에서 공부모임이 있을 때마다 정독도서관을 들르곤 했다. 일부러 가지 않아도 모임이나 일이 있을 때마다 다시 걷고 걸어 도서관을 가면 자연스럽게 대출과 반납이 이루어진다. 도서관으로 향해 오직 걷고 또 걷는다. 다양한 여러 외국인을 마주친다. 엄청난 인파 속을 걸어갈 때도 있다. 뜨거운 뙤약볕 길, 눈발 휘몰아치는 축축한 눈길, 도심 속 한복판을 가로질러 그 길 끝에 있는 분명한 목적지 도서관을 향한다.


코로나 여파로 도서관마저 폐관 상황에 처했을 때 상상을 뛰어넘는 폐쇄감이 엄습했었다. 목표인 도서관이 문을 닫자 가고자 하는 이유와 방향을 차단당한 기분마저 들었다.


정독도서관을 중심으로 동서남북 들를 데도 가볼 곳도 많다. 잘 가는 음식점이나 카페에 들러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시며 어둠이 내리는 밤에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읽고 있으면, 여행객인 듯한 기분과 알 수 없는 소속감이 함께 했다.


인사동길
정독도서관 가는 길
정독도서관 가는 길
정독도서관 입구
정독도서관 안 정원
정원
정독도서관
정독도서관에서 한 어린이날 100주년 기념 무민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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