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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이랑 Feb 16. 2024

서대문구립 이진아기념도서관


서대문구립 이진아기념도서관을 알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도서관보다 먼저 알게 된 곳은 도서관 바로 옆길을 따라 오르는 안산자락길이었다.


소속한 공부 모임 멤버들과 안산자락길을 가게 되는 날이 많았다. 어느 날 공부 모임 동료들과 안산자락길을 향해 걷고 있는데, 이진아기념도서관 안내판이 보였다. 미국 유학길에 오른 딸이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책을 좋아했던 딸을 잊지 않기 위해 건립한 도서관이란 안내문이었다. 안산자락길을 향하며, 유학 중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부모님은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내내 생각했다.  이진아기념도서관 인터넷 홈페이지를 검색했더니 건립 이유를 적어놓았다.     


딸을 잃은 가족이 평소 책을 좋아했던 딸을 위해 낸 건립지원금으로 지어진 도서관입니다. 2003년 불의의 사고로 딸 이진아 양이 숨지자 가족들은 딸을 기리기 위해 도서관의 건립기금을 기부하였고 시민들을 위한 구립도서관이 이진아 양의 생일에 개관하였습니다. 우리 도서관은 개인적인 슬픔을 사회를 위한 나눔으로 승화한 아름다운 뜻이 담겨 있습니다.


1980년 9월 15일 서울에서 태어난 이진아 님은 머나먼 미국에서 2003년 23세 때에 목숨을 잃었다. 2003년에 나는 일본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시기였다. 같은 시기 유학길에 있어서 그런지 남일 같지가 않았다.

인터넷 기사를 검색했더니 아버지 되는 분의 인터뷰를 담은 방송 뉴스가 있었다.


아빠 엄마는 흔적 없이 스러져간다 해도 우리 진아는 이곳에서 도서관과 함께 아주 오래도록 남아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니…*


2005년 9월 15일 도서관개관 기념사에서 이진아 님의 아버지가 연설한 내용이다. 말씀 중에, “흔적 없이 스러져간다 해도”라는 말이 가슴에 꽂혔다. 부모님은 언젠가 이 이승에서 자신들은 흔적 없이 사라질지라도 자녀분인 이진아 님은 도서관과 함께 오래도록 남아있기를 염원하고 있었다. 이진아 님의 아버지는 방송 인터뷰에서 따님의 이름을 딴 도서관에 대해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쉽고 편히 유익하게 이용할 수 있는 아주 훌륭한 문화 공간으로 됐으면 하는 바램*


“많은 사람들이 쉽고 편히 유익하게 이용할 수”있는 공간, 최근에 읽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읽으면서 도서관 관장인 고야스 씨가 자신의 사재를 털어 지역을 대표하는 도서관을 건립했을 때에도, 그림책 《도서관》에서 엘리자베스 브라운이 자신의 이름을 딴 도서관을 건립했다는 내용을 접했을 때에도 곧바로 이진아기념도서관을 떠올렸었다.


그래서 공부모임 친구들과 함께 가곤 했던 안산자락길이 아닌, 이진아기념도서관을 목표로 3호선을 타고 독립문역 4번 출구에서 내렸다. 날은 화창하고 맑았다. 역에서 내리자 앞쪽으로 독립문이 보였다. 인왕산을 뒤로 서대문형문소가 보이고, 곧바로 독립공원으로 이어졌다. 친구들과 안산자락길을 갈 때마다 들렸던 영천시장도 바로 가까이에 있었다. 이렇게 산새 좋고 자연경관이 수려한 곳에 이진아기념도서관이 있었다.


이진아기념도서관을 들어서자 입구 벽면에 이진아 님의 사진과 말이 쓰여있었다.


별이 된 딸의 이름이 소중한 빛으로 영원히 남아 있기를 바라는 한 아버지의 간절한 사랑으로 서대문구립 이진아기념도서관이 건립되었다.


책 좋아했던 딸을 그리며 가슴에 묻는 대신 영원히 살리기로 결심하다.


“가슴에 묻는 대신 영원히 살리기로 결심했다.” 불의의 사고로 딸을 잃은 아버지의 심정이 강렬하게 와닿았다. 어떻게든 딸을 살리고 싶은 그 염원이 도서관 건립으로 이어졌던 것임을.


이진아기념도서관 내부는 햇살이 참 아름다운 곳이었다. 계단과 계단으로 이어진 도서관 안은 시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과 쉼터로 가득했다. 도서관 곳곳에 따스한 햇살이 함께 했고, 어린이자료실, 종합자료실 안 곳곳은 이용객으로 꽉 차있었다. 마치 늑한 카페 같았다.          


아버지의 바람대로 따님의 이름을 딴 도서관은 지역 사회에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진아 님이 지금 생존해 있다면 40대 중반이 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의 주인공과 같은 나이다. 빛과 그늘이 도서관 안 구석구석마다 함께 하는 걸 보며 마치 불의의 사고로 젊은 나이에 타계한 이진아 님의 영혼이 함께 하는 것만 같았다.    


*김수진기자, <별이 된 딸의 이름으로…>, YTN뉴스, 2005.9.16일자


저기 독립문이 보인다
도서관 외벽
도서관입구로 가는 바깥 통로
빛과 그늘로 가득한 내부 모습
채광
내부 발코니에서 본 바깥 풍경. 인왕산과 아래 서대문형무소가 보인다
중앙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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