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는 주로 어린이자료실과 종합자료실을 이용한다. 어린이자료실은 1층에 있고 종합자료실은 2층이나 그 위층에 있기 때문에 때에 따라서는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한다. 도서관 안에만 있는데도 두 공간을 오고가다 보면 그 자체로 꽤 운동이 된다.
어린이자료실은 평일에는 6시에 문을 닫고 종합자료실은 8시에 문을 닫는다. 주로 어린이자료실에서 상주하다가 마감 시간이 되면 종합자료실로 이동하곤 한다. 어린이자료실은 나이대도 다양하고 형제자매나 가족 단위로 와서 책을 보는 경우가 많다. 종합자료실의 경우는 대부분 어른이고 혼자다.
한 도서관 건물에 있는 두 공간을 오고가는 내 마음 자세는 여러 모로 다르다. 어린이자료실에 있을 때의 나는 결코 아이들의 모습을 힐끔거리거나 주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느낌은 든다. 한 공간 안에서 아이들이 함께 책을 읽고 있는 그 자체를 의식하는 것이다. 책을 검색하며 마주친 아이, 서가에서 책을 찾으며 마주친 아이들의 모습을 의식한다. 나는 오타도 많고 느린데 검색하는 손놀림도 빠르고, 나는 서가 맨 아래칸 책을 찾을 때 끙끙거리는데 아이들의 몸놀림은 가볍기 그지없다. 여기는 어린이실, 나는 어른. 이곳의 주체는 어린이들. 나는 분수를 아는 어른. 아이들에게 눈엣가시가 되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삼간다. 몸가짐을 바르게 한다.
형제자매간 끼리 와도 아이들은 사적인 대화를 주고받지 않고 각자 서로 읽고 있는 책에 집중한다. 아이들이 모든 걸 잊고 오로지 지금 자신이 대면하고 있는 책에 집중하며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보면 경이롭다. 나는 쓸데없이 핸드폰도 보고, 물 마시러 들락날락하고, 갑자기 걸려온 전화 통화를 하러 나가기도 하고, 종합자료실에 자료를 찾아 왔다갔다 할 때가 있다. 어른인데 어린이실에 상주하며 어린이들과 같은 그림책과 동화책을 펼쳐놓았으면서도 보이는 풍경은 너무 다른 것이다. 책을 대하는 자세도 또 얼마나 다른지, 그림책 한 권을 펼쳐도 순간적으로 매의 눈이 되어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내용의 깊이를 따진다. 아이들처럼 순식간에 그림책 그 자체를 즐기고 보는 눈이 없다 보니 글을 중심으로 먼저 읽고 그림을 보았다가, 그래도 이해를 못 해 다시 보기를 반복한다. 그 함의를 읽어보겠다고 그림책 한 권을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보고 또 본다. 오롯이 즐기지도 못하는 데다, 반복해서 읽어도 이해를 못 한 채 도서관을 나올 때가 많다. 반성한다. 그래서 더 어린이자료실에 있을 때에는 각별히 몸가짐을 바르게 해야 한다!
어린이자료실 이용 시간이 끝나면 종합자료실에 올라가서도 어린이자료실에서 빌려온 책들을 다시 읽는다. 종합자료실에는 내가 좋아하는 심리학 관련 도서나 소설, 에세이, 이론서들이 상비해 있기 때문에 집중력이 떨어졌을 때에는 심리학 서가로 가서 이해도 못하는 라캉 책을 괜스레 들춰보거나, 읽고 또 읽어도 읽고 싶은 융과 아들러의 책을 꺼내 독서노트에 필기하곤 한다. 해가 길어지는 여름철 종합자료실 탁자에 앉아 햇살을 느끼고 해가 기울어가는 모습을 보고 시시각각 물들어가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평온감이 든다. 종합자료실에서의 나는 고독을 즐기는 분위기 있는 어른 같다.
어린이자료실과 종합자료실을 오가며 내 안에 두 가지 모습이 공존함을 느낀다. 현실성과 판타지성이 자유자재로 오가며 삶의 균형을 맞추는 아이들처럼 어쩌면 나 또한 도서관 안에서 어린이자료실과 종합자료실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내 안의 균형을 맞추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