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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이랑 Jun 05. 2024

아버지의 텃밭에 핀 채소 꽃

하루와 하루 사이


고향집에 내려왔다.

엄마의 텃밭이 아버지의 텃밭으로 변해있었다.

채소 종류가 바뀌어있었다.


아버지의 텃밭에서 오랜만에 땅콩을 보았다. 오이와 호박은 없었다. 엄마가 즐겨 심던 오이와 호박 대신에 땅콩이 있었다. 어린 시절 그렇게나 많이 본 땅콩이었지만 꽃이 어떤 모양이었는지, 무슨 색깔이었는지 몰랐다.


아버지 텃밭의 땅콩을 보고 알았다. 콩 꽃 모양의 노란색꽃이었다.

흙바닥 가까이에서 핀 땅콩꽃은 작고 색이 선명했다. 


땅콩꽃은 몰랐지만 고추꽃은 익히 알고 있었다. 색이 하얗고 위에서 아래로 펴 고개를 숙이고 들여다보지 않으면 잘 관찰하기 어려웠다.


고추는 엄마의 주 수입원이었다. 그래서 엄마의 텃밭에는 고추가 가장 큰 면적을 차지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텃밭의 고추는 단 두 고랑이었다. 엄마 때를 생각하면 뭔가 좀 초라했다. 그래도 어린 고추 열매가 달렸고 하얀 꽃이 피었다.

앙증맞고 하얀 이 고추가 그토록 매운 열매를 맺다니, 참 모를 일이다.


텃밭 맨 앞을 차지한 대파는 엄마 때나 마찬가지로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어쩌면 엄마가 뿌린 대파일지도. 대파꽃이 참 예뻤다. 예나 지금이나 같은 곳에서 자리를 지키며 꽃을 피운 대파가 대견하면서도 고마웠다.

상추꽃도 보았다. 아침에는 작고 작은 노란꽃을 볼 수 있었는데 해가 중천으로 뜨자 꽃잎을 꼭 다물고 말았다. 상추는 잎사귀  자체가 꽃같기는 하다.


아버지의 텃밭에 핀 채소 꽃들을 하나하나 살피며 작년에 작고하신 엄마 생각을 하고 있는데 리서 꿩이 '꿔어 꿩~'울며 날아다. 소리는 예나 지금이나 같았다. 채소의 품종은 달라졌지만 작년에도 올해에도 채소꽃은 어김없이 꽃을 피우고 씨앗과 열매를 맺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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