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그림책 작가 권윤덕 선생님께서 따끈따끈한 신작《행복한 붕붕어》(2024)를 보내주셨다. 나는 권윤덕 선생님의 모든 그림책을 다 좋아하지만 예전 그림책 중에서는《고양이는 나만 따라 해》(2005)와 최근에 나온 그림책 중에서는 베트남전을 참전하고 온 한 시민의 내면의 파탄을 그린《용맹호》(2021)를 특히 좋아한다.
《행복한 붕붕어》의 표지를 보았을 때, 매우 신화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표지를 열고 면지로 넘어가면 넓고 깊은 파랑이 펼쳐진다. 청정한 하늘 같고 바다 같은 너무나 아름다운 파랑이다.
《행복한 붕붕어》의 주인공 붕붕어는 태어날 때부터 마치 날개를 달고 태어난 아기장수처럼 앞지느러미 대신에 작은 발을 가지고 태어난다. 운명에 순응하듯 붕붕어는 강가에서 걷기 연습을 한다. 붕붕어에게는 오래전부터 품어온 꿈이 있었다. 자신을 어루만져주고 이름을 불러준 붕어빵 노점 주인과 만났을 때 갖게 된 꿈이었다.
붕붕어는 눈 오는 날을 기다렸어요.
그날이 오면 먼 길을 떠날 작정이에요. (《행복한 붕붕어》)
붕붕어가 굳은 의지에 찬 표정으로 강물을 가로지르며 헤엄쳐 온다. 두 눈 땡그랗게 뜨고 정면을 직시하고 다가오는 붕붕어의 모습이 너무 강렬해 연못에서 금붕어만 보아도, 저수지에서 잉어가 다가오는 것만 보아도 모두 붕붕어로 보였다. 붕붕어는 “눈 오는 날을 기다렸”다고 한다. 눈 오는 날에 “먼 길을 떠날 작정”이었다고 말한다. 엄청난 의지고 엄청난 각오다.
붕붕어가 지나온 강물은 검붉은 오염수로 넘쳐나고, 붕어빵 노점을 향해 걸어가는 길 위는 생채기처럼 맨홀이 즐비하다.
붕어빵 노점에 도착한 붕붕어는 노점 주인이 전혀 알아차릴 수 없는 노련함과 민첩함으로 팥소 속으로 숨어들어 뜨겁게 달아오른 쇳덩이 빵틀 속으로 잠입한다.
저기 8호실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좋겠어.(《행복한 붕붕어》)
뭔가 신화적이고, 인간과 환경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것은 짐작했지만 나는 사실 이 그림책이 어려웠다. 그런데 묘하게 끌리고 묘하게 신경이 쓰였다. 그래서 일요일마다 가는 교회 그림책 읽기 모임에 오는 아이들에게 읽어주었다. 아이들에게 읽어주면서 알았다. 그림책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진지한 표정을 보고 알았다.
붕붕어가 마치 예수님 같다. 고난 속으로 나아가 십자가에 매달리시고 다시 살아난 예수님처럼 그렇게 붕붕어는 달궈진 쇳덩이 속에서 다시 태어난 몸으로 대중들 속으로 나아가생명의 노래를 전하길 꿈꾼다. 그렇게 몸을 던져 달궈진 빵틀 속에서 나온 발달린 붕붕어빵을 아이가 처음으로 먹는다. 아이가 한입 먹자 신화적이고 꿈결 같은 붕붕어의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푸른 강 물고기 되어
인간 세상 나아가면
그들이 춤추고 노래하며
맞이하네 맞이하네.
내 몸 기꺼이 내어 주고
다시 푸른 강물 되어
돌아오네 돌아오네.(《행복한 붕붕어》)
그림책을 보고 있던 아이들은 붕붕어의 모습에서 그 어떤 “슬픔”과 “숭고함”을 감지한 것 같았다. 역시 교회 다니는 아이들, 나는 아이들에게 배운다. 아이들의 눈을 통해 그림책을 본다.
지느러미 대신 발을 갖고 태어난 남들과 너무 다른 자신의 모습에 굴하지 않고, 혹한의 계절에 자신을 그렇게 만든 원인을 제공한 존재이기도 한 인간들 세상 속으로 들어와 복원해야 할 가치를 온몸으로 전하는 붕붕어는 정말 위대하고 위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