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주인공 고양이는 어느 날 갑자기 “할머니, 나 친구 찾으러 나갈래요.”라고 말한다. 할머니가 오늘 점심은 고양이가 좋아하는 콩밥이라고 해도, 오늘 저녁은 고양이가 좋아하는 생선구이라고 해도, “나는요, 진짜 친구가 있으면 쥐도 잡을 수 있을지 몰라요. 날마다요.”라며 자신감에 차 집을 나선다.
고양이는 너무나 신이 나 노래가 절로 나오고, 힘이 펄펄 난다. 그리고 고양이는 그 첫 길에서 초록뱀을 만난다. 역시 친구를 찾아 나선 뱀은 고양이를 만나 좋고, 뱀을 만난 고양이는 “살짝 소름이 돋”아, 아주 바쁜 척을 한다.
그리고 고양이는 심부름을 가는 것처럼 서둘러 걸음을 옮기며 “휴우, 큰일 날 뻔했네. 난 진짜 친구를 찾으러 나왔는걸. 일부러 말이야. 저런 끈 같은 거 찾으러 온 게 아니라고.”라며 본심을 토로한다.
아직 이 단계에서는 뱀은 고양이가 찾는 진짜 친구가 아니다. 고양이가 “나 혼자 생각하면서 걷고 싶어.”라고 말하면, 뱀은 “걱정 마. 난 발소리를 내지 않으니까.”라며 뒤로 물러선다.
드디어 마음에 드는 친구들을 발견한 고양이가 “아주 예쁜 여자 고양이 두 마리”에게 인사를 건넨다. 하지만 혈통서와 좋은 집안 고양이하고만 사귀는 여자 고양이들은 고양이를 거들떠보지도 않을뿐더러 모진 말을 내뱉는다. 그냥 진짜 친구를 찾아 나섰을 뿐인 고양이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만 같다. 그리고 다시 뱀이 등장한다.
아름다운 꽃나무를 배경으로 고양이와 뱀이 나누는 이 장면에는 슬픔, 위로, 자존심, 실망감 등이 교차한다. 그와 동시에 여기서 처음으로 고양이가 뱀을 길바닥에 떨어진 “끈 같은 거”가 아닌 “뱀의 파란 등은 반질반질 빛났고 하얀 배 비닐은 일렁일렁”한 새로운 일면을 발견한다. 친구의 아름다움이 빛을 발하는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곧바로 고양이와 뱀의 친구 관계 성립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노 요코는 진정 좋고, 진짜인 것은 쉽사리 찾아지고, 그리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고양이는 뱀과 헤어져 다시 길을 나서고, 바로 ‘뭔가’를 만난다. 그림책에서 가장 난해하고 가장 중요한 장면이 등장한 것이다. ‘뭔가’가 고양이를 향해 달려들고, 질겁한 고양이는 “뭔가가 나를 잡아먹으러 와!”소리치며, “꽁지 빠지게 방금 왔던 쪽으로”도망을 친다. 그리고 이때 또다시 뱀이 등장한다.
그림책에서 ‘뭔가’는 알 수 없는 형상으로 표현된다. 이 그림책을 아이들과 함께 읽는다면 말로는 설명하지 못할지언정 아이들은 직감적으로 이 ‘뭔가’를 알아챌 것이다. 하지만 어른인 나는 그림책을 보고, 또 보고, 또 보면서 이 ‘뭔가’에 대해 생각한다.
여기서의 ‘뭔가’는 진짜 친구를 만날 생각에 신이 나서 나선 길에서 고양이가 맛본 실망감, 허망함, 체념, 분함, 낙심 등이 실체화되어 표현된 것일까. 아니면 뱀이 실은 진짜 좋은 친구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존심과 타성으로 뱀과 헤어져 걸으면서 멋진 존재를 잃을지도 모른다고 하는 불안감이었을까. 아니면 무의식이란 이름의 또 다른 그 무엇일 수 있을 것이고, 아마도 ‘뭔가’는 이 그림책을 보는 사람마다 모두 다른 그 무엇인가로 다가올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좀 별난 친구』의 일본어 원제목을 직역하면 ‘생선 한 마리 날 것 그대로’이다. 주인공 고양이는 친구를 데리고 저녁 식사 시간에 딱 맞추어 집에 들어온다. 고양이는 구운 생선을 좋아하고, 뱀은 ‘생선 날 것’을 좋아한다. 둘은 식성이 아주 다르다.
그럼 ‘좀 별난 친구’라는 우리말 번역 제목은 어디서 왔을까. 고양이가 뱀과 함께 집으로 돌아온 것을 본 할머니가 “얘야, 좀 별난 친구를 데려왔구나.”하는 말에서 가져왔다. 할머니는 이어서 “생선 한 마리는 날것으로 그냥 주면 되지?”라고 말한다. 이보다 더 좋은 해피엔딩이 어디 있단 말인가. ‘생선을 날 것’으로 먹고 ‘좀 별난 친구’ 이지만 고양이가 진짜 친구를 찾아서 정말 다행이다!!!
김애령은 「아름다운 삶을 비추는 영혼, 친구」(『나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 21세기북스, 2015) 란 글에 키케로가 말한 ‘우정’에 대한 글 “우정은 미래를 향해 밝은 빛을 투사해 영혼이 불구가 되거나 넘어지지 않게 해 준다. 진정한 친구를 보는 사람은 자신의 영상映像을 보는 것이다.(p94)”를 인용하며, “완전한 우애는 서로 유사한 미덕을 가진 좋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p95)”라고 말한다. 멋지다.
고양이와 뱀은 서로 몸집이 다르고, 식성이 달라도 서로의 영혼을 밝혀주고, 좌절하여도 다시 길을 나아갈 수 있도록 조력하며, 따뜻한 집으로 가서 영양가 있는 음식을 함께 한다. 이런 친구가 한 명이라도 내 곁에 있다면 그가 바로 인생 성공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