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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이랑 Dec 14. 2018

<동화로 떠나는 내면 여행 2탄-한국&일본 동화읽기➁>

나는 나 스스로의 길을 걸어야 한다

『안녕, 드라퓰라』(류미원 지음, 이욱재 그림, 계수나무, 2013)    

         

1. 에너지가 넘쳐나다


  유독 에너지가 많아 한시도 가만히 있질 못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사람들은 뭔가 할 일이 있어야 하고, 일을 찾아 만들어서 뭐라도 해야 직성이 풀리리라.  

  에너지가 생동하는 아이들은 오죽하랴. 미끄럼틀 타기를 무한 반복하고, 정글짐을 오르락내리락 뛰고 난다. 만약 이러한 에너지가 그 무엇 때문인가로 제약을 받거나, 제대로 펼칠 수 없게 된다면 그 답답함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    



  판타지 동화 『안녕, 드라퓰라』(류미원 지음, 이욱재 그림, 계수나무, 2013)에는 컴퓨터게임에 빠져 중독의 상태에까지 이르는 소년 우진이 이야기가 나온다. 우진이는 컴퓨터게임을 원 없이 하고 싶다는 욕망에 “몸이 열 개였으면 좋겠다.(p129)”고 열망한다. 자신의 몸을 열 개나 열망하는 이 에너지는 보통 에너지가 아니다. 차오를 대로 차오른 엄청난 에너지이다.

  하지만 『안녕, 드라퓰라』에서의 우진이는 컴퓨터게임에 빠져 본연의 생체 리듬을 잃고 만다.

  이 책의 작가 류미원은 「작가의 말」을 통해 “나는 아이들이 왜 게임에 중독되었는지, 무엇 때문에 그렇게 힘들었는지 귀 기울여 들어주고 싶었어요.(p7)”라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작가는 우진이가 컴퓨터게임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과 그 과정을 드라큘라와 컴퓨터를 합성하여 만들어낸 캐릭터 ‘드라퓰라’를 등장시켜 흥미진진하면서도 너무 심각하지 않게, 그러면서도 리얼하게 풀어나간다.    


2. 답답하다


  『안녕, 드라퓰라』에서 우진이는 학교에서 오면 수학, 한문, 영어 학원을 가야 한다. 우진이는 엄마가 사놓은 김밥 먹는 것도 지겹고, 몸이 천근만근 무겁기만 하다.    


“자는 척하기는.”

엄마는 고무장갑 낀 손으로 내 발목을 잡아 흔들었다. 설거지를 하다 왔는지 축축한 물이 발목에 닿았다. 나는 너부러져 누운 채 반쯤 뜬 눈으로 엄마를 보았다.

“조금만 쉴게요.”

“영어 단어 다 외웠어?”

“아니요.”

“엥? 그러면서 쉬겠다고? 당장 일어나!”

“아, 힘들어서 죽을 것 같단 말이에요.”

벽 쪽으로 돌아누우려고 몸을 틀었다. 그런데 엄마가 발목을 꽉 잡고 있어서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안녕, 드라퓰라』, p8-9)    


  축축하게 젖은 고무장갑 낀 손으로 우진이의 발목을 잡아 흔들며 엄마는 “승수는 너보다 영어 회화 학원, 과학 영재 학원까지 더 다녀도 군소리 없이 잘만 다닌다더라.(p10)”며 우진이를 채근한다. “다른 건 몰라도 전교 일등 하는 왕재수 승수랑 비교하는 건 딱 질색(p12)”인 우진이는 “당장 컴퓨터게임을 해야 답답한 속이 풀리고 영어 단어도 외워질 것(p13)” 같은 심정에 게임을 시작한다.

  한창 먹고 또 먹고 돌아서면 또 먹어야 할 바로 그 나이 때인 소년 우진이는 마치 갱년기를 맞이한 사람처럼 먹는 것도 싫고, 몸이 천근만근처럼 무겁기만 하다. 이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3. 좋아하는 것은 따로 있다


  우진이는 공부를 못 하는 아이가 아니다. 특히 수학을 잘해서 학부모가 참여하는 공개 수업에서 전교 일등인 승수와 더불어 대표로 뽑힐 정도이다. 수학 경시대회 시험에서 높은 점수가 나올 거란 기대를 걸어도 좋을 정도로 우진이는 공부를 잘하는 아이다. 

  하지만 문제는 산수나 영어보다도 더 좋아하는 과목이 따로 있다는 점일 것이다. 우진이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그림을 잘 그린다. 아니,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한다는 말이 더 맞겠다. 하지만 엄마는 내가 미술 학원에 다니고 싶다고 말했을 때, 들은 척도 안 했다.

“너 요즘 시간이 남아도는 모양이구나? 영어 학원 한 군데 더 다닐래?”

“아이, 엄마는. 미술 학원 다니고 싶다 그랬잖아요!”

“미술 학원 다녀서 뭐하게?”

“화가 되면 좋잖아요.”

“돈도 못 버는 화가가 뭐가 좋니?”(『안녕, 드라퓰라』, p34)    


  그래도 우진이는 “미술 학원에 다녀도 좋다는 허락을 받으려면 화가가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라는 걸 증명(p34-45)”하려 하고, 장래 희망인 화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잃지 않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공개 수업 시간에 “착하고 똑똑한 학생의 모습을 보여 주(p35)”려고 마음을 다잡는다.

  하지만 어느새인가 우진이는 드라퓰라의 유혹에 넘어가 컴퓨터게임 속에 빠진 상태다.     


하품이 났다. 아하, 잠이 부족하구나. 어제 새벽 다섯 시까지 컴퓨터게임을 하다가 잤다. 엄마가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못했고, 지금 아무리 수업을 열심히 들으려 해도 집중이 되지 않는 거다.(『안녕, 드라퓰라』, P36)   


  세상에, 새벽 다섯 시까지 컴퓨터게임을 했다니, 말 다 했다. 이윽고 이야기는 컴퓨터게임 중독에 빠진 소년의 모습을 리얼하게 담아내 나간다.     


4. 답답할 때 다가오는 존재 


  소년 우진이의 내면에는 에너지가 가득 차 있다. 단지 흘러야 할 바로 그 때 흐르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게임 시디(CD) 속에 잠입해 살고 있는 ‘드라퓰라’는 순식간에 소년의 마음을 사로잡고 컴퓨터게임의 세계로 이끈다. 

  『안녕, 드라퓰라』의 우진이의 머릿속은 온통 컴퓨터게임으로 가득 차고, 컴퓨터게임을 통해 에너지를 분출하며 행복감을 느낀다.    


피시방은 천국이었다. 컴퓨터게임을 할 때만큼은 괴로운 일이 생각나지 않았다. 엄마 잔소리도, 영어 단어 숙제도, 수학 경시대회 걱정도 까맣게 잊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안녕, 드라퓰라』, p53)   

 

  행복감을 느낀다면, 사실 말 다했다. 대부분의 사람은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 그 무엇인가를 하며 시간과 돈도 아까워하지 않는다. 

  드라퓰라는 우진이가 자신 내면의 에너지를 분출시키지 못하고 답답해하고 있는 것을 기막히게 알아챈다. 중독에 빠진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어떻게 나쁜 습관을 멈출 수 있을까』(프레드릭 올버튼, 수잔 샤피로, 이자영 옮김, 소울메이트, 2013)에서 프레드릭 올버튼은 “중독은 매일의 삶에서 만나는 근심과 걱정에서 도망가도록 해 주고, 누구나 피하고 싶어 하는 고통스러운 감정에서 벗어나게 해주(p37)”는 것이라면서 ‘내면의 고통과 우울, 복잡하고 힘든 과정을 회피하려는 욕구’가 ‘중독적인 습관으로 의존’하게 한다며, “즉각적인 좋은 기분이나 행복한 기분을 느끼는 것이 당신의 목표라면, 당신은 아마도 중독 습관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p93)”이라고 경고한다.   


5. 지나친 것이 문제이다 


  프레드릭 올버튼은 종교활동이나 자선활동 및 여행 등은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등 좋은 면이 많다.”라고 인정하면서도, “종교와 관련된 것이니 다 괜찮은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상 건강한 습관이나 활동이라도 지나치게 하는 것(심지어 물을 지나치게 많이 마시는 것조차도)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내면의 고통스러운 감정을 느끼지 않기 위해 종교와 사교 활동에 몰두(p66)”하고 있지는 않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역시 그 무엇이든지 지나친 것이 문제이다. 『안녕, 드라퓰라』에서 우진이는 어떠한가. 컴퓨터게임을 하기 위해 드라퓰라에게 자신의 영혼까지 맡길 기세다.    


데블크래프트를 했다. 아, 살 것 같다. 이렇게 짜릿하게 좋은 걸, 왜 어른들은 못 하게 하는 걸까?

이십 분이 금세 지나갔다. 5교시 시작을 알리는 수업 종이 울렸다. 이제 컴퓨터게임을 그만해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십 분만 더 하자.’

입술을 깨물었다. 그때 누군가 내 어깨를 쳤다. 뒤돌아보니 드라퓰라였다.(…)

“어떻게 컴퓨터게임을 하지 않겠다고 네 엄마와 약속할 수 있지?”

드라퓰라는 섭섭했던 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나는 그제야 드라퓰라가 왜 그러는지 눈치챘다.

“진심이 아니에요. 언제나 게임하고 싶은 마음뿐이었어요.”

“변명할 거 없어. 나는 널 가장 특별한 친구로 생각했는데, 넌 그게 아니었어.”

“나도 세상에서 드라퓰라가 가장 특별해요.”(『안녕, 드라퓰라』, p146-147)    


  그리고, 실제로 우진이는 드라퓰라에게 영혼이 뿌리 채 휘둘리는 위험한 순간을 맞이한다.  

    

6. 내 부정적인 면에 대해 말할 상대가 없다


   『안녕, 드라퓰라』에서 우진이는 엄마의 소원인 수학 경시대회 1등을 하거나 뛰어난 학업 성적을 내기는커녕, 얼토당토 하지 않은 실수들을 연발한다. 

  우리는 나에게 일어난 일 중에서 좋고 기쁜 것만이 아닌 나쁘고 안 좋은 일이나 아름답지 못하고, 미숙한 면 등 또한 말하고 싶다. 하지만 나를 사랑하는 부모는 나를 사랑한 나머지 나의 빛이 되는 면만을 바라고 내가 언제까지고 빛이 나는 존재로 머물러 있기를 바란다.

  그러는 사이에 자식인 나 또한 내 안의 부정적인 부분을 남들에게 드러내기보다는 감추고 드러내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인생이 어디 그런가. 실제 삶에서의 나라는 존재는 좋은 면보다는 미숙하고 허점투성이의 면들을 연발한다. 부모가 바라고 내가 꿈꾸는 모습과는 다른 면들을 나는 흘리고 다니지만 나는 결코 직시하고 싶지 않다.    

  『어떻게 나쁜 습관을 멈출 수 있을까』에서 프레드릭 올버튼은 “회전목마처럼 반복되는 악순환을 끊으려면 현실을 직시할 수 있어야 하고, 내면의 고통스러운 감정을 충분히 느껴야 한다.(p182)”면서, 중독에 빠져있다 보면 “현실을 보지 못하고, 당연히 경험해야 할 부정적인 감정을 충분히 느끼지 못하여, 창조적이고 건설적인 대처 방법 역시 찾지 못한다.(p189)”고 경고한다.     


7. ‘드라퓰라’라는 존재


  그러고 보면, ‘드라퓰라’라는 존재는 어쩌면 내가 말하지 못한 내 안의 부정적인 부분들의 실체라는 생각마저 든다. 내가 감추고 또 감추었던 내 안의 부정적인 부분들이 ‘드라퓰라’라고 하는 존재로 표현되어, 결국에는 내가 현실에 직면한 문제에 충분히 대처하지 못하고 균형을 상실하고 급급해할 때 나를 잘못된 길로 이끌고 유혹하는 존재가 되고  마는 것이다.

   『안녕, 드라퓰라』에서 ‘드라퓰라’는 엄청난 생명력을 가진 존재로 그려진다. 저 머나먼 땅에서 새로운 존재로 태어나기 위해 “피를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고(p80)”, 백 일을 버티며 마늘만 먹고, ‘드라퓰라’로 다시 태어나, 인터넷 강국인 한국까지 찾아온 존재이다. 그리고 우진이가 막다른 상황에 처해 있을 때마다 나타나 위로하고 감싸준다.    


드라퓰라가 내 어깨를 감싸 안았다. 나는 움찔했다. 그를 대하기가 두려웠다.

“우진아, 아까는 미안했어. 네가 컴퓨터게임을 못 하게 되면서 혹시 나랑 사이가 멀어질까 봐 제정신이 아니었어. 우진아, 내가 널 세상에서 가장 특별하게 생각하는 거 알지?”

드라퓰라가 부드러운 눈길로 나를 보며 따뜻하게 말했다.

그래, 나 역시 드라퓰라가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친구였지.

가슴이 뜨거워지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났다. (『안녕, 드라퓰라』, p159)    


  강하고도 강하지, 가끔씩 혼쭐을 쏙 빼놓지, 그래 놓고는 이런 식으로 따뜻하게 감싸며 위로해주지, 어찌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8.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 생활』에서의 해롱이의 경우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 생활』(16부작, tvN, 2017.11.22~2018.1.18.)에서 배우 이규형이 맡은 유한양은 극 중 마약 중독자로 나온다.

  선고받은 10개월의 감옥 생활 내내 약에 취해 있을 때가 많기에 ‘해롱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유한양은 유복한 집안, 뛰어난 학벌, 멋진 남자 친구, 할 말 다 하는 성격 등을 지녔다. 하지만 일본 유학 때 마약을 접한 이후로 ‘마약쟁이’가 되는데, 해롱이가 마약에 빠진 그 이면에는 생업에 바쁜 부모로부터 충분히 받지 못한 애정결핍이 내재하고 있다고 설정되어 있다.

  ‘감빵’ 생활 중에 해롱이가 보여주는 귀엽고 사랑스럽고 짓궂은 여러 면면이나 남자 친구의 격려, 부모의 반성과 관심, 그 무엇보다도 해롱이 본인의 마약을 끊겠다는 의지 면에서 나와 같은 시청자는 해롱이의 출소 이후의 삶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된다.

  이러한 해롱이의 앞날을 축복하듯 애인과 부모 또한 출소하는 해롱이를 반기기 위해 교도소 주변 식당으로 모인다. 하지만 해롱이가 출소하는 바로 그날,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바로 저기서 기다리는 바로 그날, 해롱이의 새 삶을 기대해 마지않는 시청자들 바로 눈 앞에서 비극은 연출된다. ‘드라퓰라’와 같은 존재가 귀신 같이 나타나 해롱이를 다시 마약의 세계로 이끈 것이다. 이 드라마의 제작진들의 의도는 그 정도로 마약 중독은 무섭다는 것을 경고하는 뜻이겠지만, 정말이지 나는 이 장면에서 살짝 ‘멘붕’을 일으키고 말았다.  

  그냥 판타지라도 좋으니까 해롱이가 가족과 애인 품으로 돌아가 출소를 축하받기를 바랐다.     

          

9. 동화 『안녕, 드라퓰라』에서 우진이의 경우


  우리들의 주인공 소년 우진이의 경우도 해롱이에 맞먹을 정도의 대반전을 맞이한다. 

  우진이는 엄마의 도움을 얻어 컴퓨터 중독 상태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복귀한다.    


며칠 뒤, 나는 영어 학원 대신 힙합 댄스 학원에 등록했다.

이렇게 해서 내가 다니는 학원은 미술 학원과 힙합 댄스 학원뿐! 이제야 제대로 사는 것 같다.

나는 다시 컴퓨터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엄마 허락을 받고서 정해진 시간에만 했다. 예전처럼 밤잠을 자지 않거나 학원을 빠지고서 몰래 게임하는 짓은 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미술 학원, 힙합 댄스 학원은 재미있어서 빠지고 싶지도 않다.(『안녕, 드라퓰라』, p175)    


  우진이는 자신이 그렇게 원했던 미술 공부를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우진이는 엄마의 본심을 목격하고 만다. 엄마의 목소리를 통해 우진이는 문제의 근원을 바로 눈 앞에서 목격하고  “눈발이 날리는 허허벌판에 홀로 남겨진 것처럼 온몸이 오싹(p184)”해져 인생의 쓴 맛을 경험한다.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 생활』에서 해롱이가 맞이한 결말 부분은 어쩌면 표면적인 ‘경고’였을지도 모른다. 근본적인 원인은 내 안에 있고, 내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동화 『안녕, 드라퓰라』의 우진이의 경우에서 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우진이가 “나도 모르게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p184)” 란 부분에서 이 소년의 강한 의지를 느낀다.   


10. 어릴 적 실수를 예술로 승화시키다


  어쩌면 우진이는 엄청난 학습을 엄마와의 관계와 컴퓨터게임 중독을 통해 미리 체험했다고도 볼 수 있다.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일본의 배우이자 가수이며 문필가인 호시노 겐(星野源)은 드라마 「도망치는 것은 창피하지만 도움이 된다(逃げるは恥だが役に立つ)」(TBS, 10부작, 2016.10.11.~12.20)에서 주연과 주제가를 맡으며 높은 시청률을 견인했다. 호시노 겐은 이후에도 영화 도라에몽의 주제가인 「도라에몽(ドラ えもん)」(2018), NHK의 ‘연속 텔레비전 소설’의 주제가인 「아이디어(アイディア)」(2018) 등을 발표하며 예술작품을 통해 넘쳐나는 에너지를 분출하고 있다. 

  호시노 겐은 어린 시절 밝은 에너지를 가진 개구쟁이였지만 초등학교 시절 미처 화장실에 가지 못 해 교실에서 실례를 하고 만 실수로 학창 시절 내내 어두운 분위기의 소년으로 변하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기타와 연극 활동을 통해 즐거움을 얻었다고 인터뷰에서 밝히고 있다. 

  호시노 겐은 어릴 적 실수로 어두운 내면세계 속에 갇혀있던 시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엄청난 에너지를 예술로 발현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밝은 에너지를 전해주고 있다.    


11. 인생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우진이도 할 수 있다. 『심리학이 어린 시절을 말하다』(김하락 옮김, 랜덤하우스, 2010)에서 저자 우르술라 누버는 자신의 인생에서 반복되는 갈등 문제가 어린 시절의 경험에서 연유한다며 아래와 같이 말한다.    


어린 시절의 유산이 반드시 평생 짐을 지우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 유산을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한다는 선고를 받은 것은 아니다. 어린 시절 경험이 반드시 이후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어린 시절이 불행했다 하더라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 누구나 자기 인생의 감독이 될 수 있다. 결정은 스스로 내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은 인생의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평생 어떤 방향을 따라가라고 선고를 받지는 않았다. 우리는 얼마든지 인생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심리학이 어린 시절을 말하다』, p48)     


  그렇다, “몸이 열 개였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는 우진이라면 얼마든지 어린 시절의 아픔과 실수와 실패를 성공과 충만 에너지로 바꿀 수 있다. 세상에 내 몸이 열 개라니, 엄청나지 않은가.

  분석심리학자 카를 융의 저서『기억 꿈 사상 카를 구스타프 융』(조성기 옮김, 김영사, 2007)을 보면 너무도 강한 어머니로 인해 모성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아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 아들은 알코올 중독에 신경쇠약을 앓고 있는데 그는 어머니가 소유한 대기업체 중역으로 일하며 비범한 재능과 따뜻한 보금자리를 갖고 있고 부유하며 안락한 생활을 한다. 하지만 되풀이 하여 말하지만 이 아들은 알코올 중독에 신경쇠약을 앓고 있다. 중증의 환자이다. 

  융은 아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어머니라는 것을 알고 ‘알코올 중독 진단서’를 떼어주며 아들을 회사에서 해고하도록 그 어머니를 설득시킨다. 아들은 그 화려한 “자리를 주선해 준 어머니에게 붙들려 있었(p232)”던 것이고, 해고 후 “그는 이제 어머니로부터 벗어났고 자신의 인격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p233)”고 한다.

  다 큰 성공한 어른도 이럴지언데, 우리들의 소년 우진이는 빠르다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12. 자 이제부터이다


  『안녕, 드라퓰라』에서 우진이는 화가가 되는 것이 꿈이다. 엄청난 어둠의 세계를 몸소 체험한 우진이라면 그림을 통해 그 에너지를 승화시키리라는 확신을 준다. 우진이라는 소년의 필터를 통해 체현된 예술적 이미지는 같은 아픔을 지닌 사람들 내면과 맞닿으며 각각의 사람들의 아픔마저 승화시키는 힘으로 발현할 것이라는 믿음을 준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에서 우리들의 주인공 소년 우진이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오스트리아의 의사이자 정신분석학자인 알프레드 아들러는 『삶의 과학』(정명진 옮김, 부글북스, 2014)에서 자기 본연의 진가를 인정받거나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보살핌을 받기는커녕 무시당하고 억압을 당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문제아가 되고 인생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어린 시절에 좌절과 실패를 맛볼 수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아들러는 “자신의 진가를 평가받고 싶어 하며 이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매진하는 사람이 있다. 우리는 언제나 그 사람을 격려해야 한다.(p216)”며,  “절망감을 유익한 일의 성취에 필요한 에너지를 집결시킬 희망으로 바꿔놓(p218)” 도록 “격려! 격려! 또 격려!”할 것을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그렇다, 나는 우진이를 응원하고 격려하고 또 격려하려 한다.  

  아들러는 말한다.    


아이가 초반에 저지르는 실수들은 무서운 대가를 요구한다. 이 같은 사실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안내를 거의 받지 못한다. 부모는 자신의 경험의 결과를 모르고 있거나 혹여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아이에게 고백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아이는 스스로 길을 걸어야 한다.(『삶의 과학』, p27)   

 

  『안녕, 드라퓰라』에서 우진이의 인생은 이제부터이다. 우진이는 누군가에 억압받고 조종당하는 삶이 아닌 자신 본연의 에너지로 주변 사람들과 건강하게 나누며 자기의 진가를 알아봐 줄 사람들 속에서 스스로의 길을 열고 나아가야 한다.  우진이라면 그럴 것이다.  본인 스스로의 길을 걸어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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