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길고양이를 봐라

에세이 하루와 하루 사이

by 강이랑


한밤중, 창밖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난다. 꼭 아기 울음소리 같다. 오랫동안 너무나 처량하게 운다. 한참을 깨어 고양이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고양이 생각을 한다. 배고파서 우는 걸까, 어디 아파서 우는 걸까, 아니면 누가 괴롭히는 것일까. 좀처럼 잠을 이룰 수 없는 밤이다.


유독 길거리에서 만나는 고양이에게 눈길이 간다. 인간 세상에서 유유자적 자유로운 동물은 고양이가 유일하지 않을까? 고양이는 자연계의 이쪽도 알고 저쪽도 아는 존재인 것이다. 게다가 고양이는 무리를 지어 다니기보다는 대개가 혼자 다닌다.

그런데 때로는 엄마와 아기 고양이를 목격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럴까?

너무 막막하고 힘들 때 길고양이를 보면 ‘저 길고양이를 봐라, 저들도 살아가고 있지 않느냐!’란 생각에 다시 살아갈 힘을 얻곤 한다.


산책로에서 고양이를 마주칠 때마다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한참을 쳐다본다. 사람 인기척을 느끼자마자 고양이가 수풀 속으로 달아날 때도 있지만, 내가 가만히 있으면 고양이가 살금살금 내 곁으로 다가올 때도 있다. 어느 때는 내가 먼저 안녕하고 인사하며 “너 먼저 지나가~”란 신호를 보낸다. 그러면 고양이는 유유자적 자기 갈 길을 간다. 느긋하고 태평스럽기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리 집 근처를 찾아오는 엄마와 아기 고양이가 있다. 이상하게도 비올 때 찾아오거나 이슥한 저녁에 잘 찾아온다. 나는 두어 번 엄마와 아기 고양이에게 먹이를 준 적이 있다. 고양이 밥을 주러 갈 때마다 아래층에 사시는 여성분과 자주 마주친다. 이분은 고양이에게 음식은 어떻게 주는지 아주 빠삭하다. 한두 번 주어본 솜씨가 아니다. 어쩌면 병든 엄마 고양이가 아기 고양이에게 “이 집 사람들이 동정심이 있단다. 엄마가 가고 없더라도 배가 고파 죽을 것 같거든 이 집을 찾거나, 저쪽 골목 대추나무 심긴 집을 찾거라.”하고 일러주러 온 것만 같다.


고향집을 갔을 때 우리 집을 자주 찾는 고양이 두 마리를 보았다. 한 마리는 흰색 고양이로 딱 봐도 나이가 아주 많아 보이는 백전노장 같은 그런 고양이이다. 나는 수돗가에서 빨래를 하다 이 고양이를 자주 목격하곤 하는데 내가 있건 말건 고양이는 서두르는 기색 하나 없다. 고양이는 나를 곁눈질로 가만히 쳐다보고는 수돗가 옆을 지나쳐 텃밭으로 간다. 나는 빨래하던 손을 멈추고 고양이를 한참을 관찰한다.


고양이는 엄마의 텃밭을 마치 자신의 영역이나 되는 듯 곳곳을 탐색하고 다닌다. 뽑아둔 풀 무더기에 소변 한 번 누고 풀을 한쪽 발로 다독여놓고 뒤뜰을 지나 대문 쪽으로 향한다. “너네 집에 대해선 내가 더 속속들이 잘 안다.”라고 하는 것만 같다. 어느 땐 자기 집처럼 보란 듯이 우리 집 마당을 어슬렁거릴 때도 있다. 엄마는 방에서 쉬고 계시고 아버지는 외출 중일 때 꼭 나타나곤 한다. 이 노련한 고양이는 우리 집만이 아닌 우리 마을 전체를 관장하고 있는 듯한 내공을 풍긴다. 그래서 내가 음식을 내주어도 먹을 생각도 안 한다. “흥! 네가 주는 음식보다 훨씬 맛난 곳을 알고 있다, 난.”이라는 듯이.


고향집에서 생선을 굽거나 뭔가 맛난 음식을 할 때 찾아오는 작은 얼룩 고양이가 있다. 무척 귀엽고 예쁘다. 자기가 좋아하는 생선이나 계란 노른자는 단숨에 먹어치우지만 다른 야채나 고기 등은 한꺼번에 먹지 않고 두세 번에 걸쳐 먹기도 한다.


그렇다고 노련한 흰 고양이와 이 얼룩 고양이가 함께 다니는 모습은 한 번도 보지 못 했다.

각자 스스로 인간 세상에서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막막하고 힘든 상황에 처할 때마다 길거리에서 만난 고양이를 바라보며, 어떻게든 살아가 보자, 아니 살아질 것이란 생각이 솟아난다. 나는 그들에게 큰 힘을 주지 못하는데 그들은 내게 힘을 준다.


그래서 나는 산책로에서 고양이를 만날 때마다 그들이 먼저 길을 걸어갈 때까지 잠시 멈추어 기다리고, 그들의 길을 방해하지 않고, 그들이 놀라지 않도록 신경을 쓴다. 이것이 지금 내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인 것처럼, 그렇게 그들과 함께 이 길을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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