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의 효용 실천
김미향 시인의 시집 『나의 이름을 묻는다』를 필사하며 외우기로 했다. 시에 문외한이라 평하지는 못하지만 시집을 읽어볼수록 마음에 와 닿는다.
겨울 강가에서
지나온 날들 다 어디로 갔을까
길 떠나 여기 강가에 서면
시간은 참으로 아득하고 고요하여라
세상의 모든 상처 보듬고도
뒤척임 하나 없는 물줄기는
생의 가지에 무겁게 내려앉은
묵은 눈을 털어내며
우지마라 우지마라 이른다
덜어진 무게만큼 또 마음은 허전하여
생은 다시 반란을 일으킨다
더는 쥘 수도 놓을 수도 없어
머뭇거리던 길을 더듬다
여기 겨울 강가에서
쥐고 있던 지도를 놓아버렸다
출처: <나의 이름을 묻는다>
첫 시 '겨울 강가에서'를 자연스럽게 술술 읊어질 때까지 계속 필사했다.
'시간은 참으로 아득하고 고요하여라'까지는 어찌 외웠는데 '세상의 모든 상처 보듬고도 뒤척임 하나 없는 물줄기는' 에서 '상처를' 자꾸 까먹었다. '아픔'이라 했던가, 하다 결국 커닝을 했다. 에이! 또 틀렸네!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필사했다.
<필사의 흔적>
이만하면 토씨 하나도 안 틀리고 잘 외웠겠거니, 하고 본문과 대조를 해 보았다.
'헉! '
'덜어진 무게만큼'을 계속 '떨어진 무게만큼'으로 필사를 하고 있었다. 내가 쓰는 것처럼 시를 소화하지 못하고 건성으로 봤나 보다. 완전히 엉터리다! 여태 왜 그렇게 외웠을까, 다시 필사한다.
이번에는 '머뭇거리던'을 '더듬거리던'으로 쓴다. (에이~ 인자 냅둬~!)
'쥐고 있던 지도를 놓아 버렸다...에서 또 머뭇거린다.
쥐고 있던 지도를 놓아버렸다는 무슨 의미일까. 알 듯 말 듯하면서도 감이 안 잡힌다. 그렇다고 전화해서 물어보기는 좀 거시기하다.
'겨울 강가에서'는 왠지 모를 쓸쓸함이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