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고사 –mi examen final

나의 두 번째 언어-스페인어로 살다#13

by 로하

세비야에 산 지 4년째 되는 생일, 친구가 선물로 준 책은 ‘El asesino de la Regaña 레가냐 살인자’라는 제목의 세비야 젊은 저널리스트가 쓴 소설이었다. (*레가냐는 이곳 사람들이 즐겨먹는 스낵 이름이다. 주로 음식을 시키면 같이 곁들어 나오곤 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고소미 같은 모양인데 살인자가 살인도구로 이 스낵을 이용한 것이다.) 이 책은 3편까지 시리즈가 나올 정도로 이 지역에서는 베스트셀러였다. 친구는 이 책을 선물로 주며 책의 첫 장에 이렇게 써놓았다.


"세비야에 대한 시험이야. 넌 아마 준비가 되었을 듯해서.."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나는 내가 살아보고 있는 도시에 대한 호기심에 작은 답들을 찾아보게 되었다. 영화 '8 apellidos vascos 바스크의 8개의 성' 못지않게 이 책도 세비야 사람이 아니면 100% 이해하는 것이 힘들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각 장소가 이 도시에서 상징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이들이 하는 이유 없는 행동들이 무엇에서 기인하는지를 모른다면 이 소설은 과자로 사람을 죽인다는 그저 썰렁한 살인 코믹소설쯤 되겠다. 게다가 책의 뒷장에 버젓이 이렇게 쓰여 있다.


‘여기 세비야가 당신이 읽기를 바라지 않는 소설이 있다’

자기 고집적이고 보수적인 세비야를 비판하면서도 실은 그런 세비야를 은근히 즐기고 있는 이들의 조금은 아이러니한 이중적 세비야 사랑을 드러내는 문장이기도 했다.


소설에서 마드리드에서 살인 사건 조사를 위해 파견된 조사관은 세비야의 이런 아이러니함을 조사 기간 동안 경험한다. 그리고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어느 날 한 전통 바에서 세비야의 유명한 작가와 우연히 만나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있다.

대화의 끝에 세비야의 작가는 조사관에게 이렇게 묻는다.


"세비야를 경험해보니 어떻던가요? 여기서 살 수 있을 것 같던가요? “


그 질문은 마치 나의 세비야 생활 마지막 기말고사(examen final 엑사멘 피날)의 질문이 되어 내게도 똑같이 물어지는 듯했다. 고작 5년 조금 넘은 시간을 살아놓고 한 도시를 다 이해한다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될 것이지만 내가 한동안 살았던 도시를 이해하는 일은 그 도시 속에서 살아간 나의 시간을 이해하는 일이기에 이 마지막 질문에 뭔가 그럴싸한 대답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그리고 책 속 조사관의 답변 덕에 나는 제법 그 질문에 대한 그럴싸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음.. 아마 좋은 벗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이 도시와 절대 결혼하진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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