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두 번째 언어-스페인어로 살다 #12
“sevilla tiene un color especial.”
(세비야는 특별한 색을 가지고 있지)
세비야 사람이라면 모두 아는 이 문장은 노래 제목이며 가사이다. 이 문장을 알게 된 것은 ‘8 apellidos vascos 바스크의 8개의 성(이름의 성)’이라는 영화 때문이었다. 2014년 스페인 내에서 대 히트를 친 영화인데 평일 극장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결국 개봉 당시에는 보지 못하고 그 해 여름 야외 영화제에서 상영되던 날 스페인 친구 한 명을 해설가로 대동하고 영화를 보러 갔다. 전형적인 이곳의 유머와 표현, 상징, 풍습들이 나오는 코미디 영화라고 들었기 때문에 혼자 이 영화를 100%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영화의 내용은 간단하다. 스페인 남쪽 세비야의 한 남자가 스페인 북쪽 바스크 지방의 여자에게 사랑에 빠져 그녀를 찾아 바스크 지방으로 가서 벌어지는 해프닝이다. 스페인 남쪽과 북쪽의 문화적 차이, 삶의 스타일 차이와 선입견 등을 다양한 이곳의 코드로 유머러스하게 풀어냈다.
이날 나에게는 영화보다 영화를 관람하는 풍경 자체가 더 신기했다. 유난히 나이 드신 분들이 삼삼오오 친구들과 영화를 보러 많이 왔는데 공감하는 장면들이 나올 때마다 그에 대한 공감의 리액션과 부연 수다가 더 길었다.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장면에서였다. 바스크 여자가 세비야 남자를 찾아 세비야에 도착할 때 이곳 사람이라면 다 아는 바로 그 노래 ‘세비야는 특별한 색깔을 가지고 있지’가 영화에 엔딩으로 나오는데 이 장면에서 모두들 기립하여 이 노래를 박수를 쳐가며 따라 부르는 모습이었다. 어떤 자긍심 같은 것이 느껴지는 그 모습은 기이하기까지 했다.
“Soy especial 소이 에스페시알 (나는 특별해)”
스페인이 일반적으로 자기애가 강하긴 하지만 그중에서도 안달루시아, 또 그중에서도 세비야는 끊임없이 자신의 특별함을 말하는 도시로 스페인에서도 유명하다.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 당시 세비야의 과달키비르 강이 주요 항구의 역할을 하면서 그야말로 세상의 중심과 같은 부를 누린 경험에 기인하는 것 일 수도 있겠다.
세비야 사람들 중에 국내를 떠나 여행해 본 사람이 의외로 적은 것도 이런 마음에서 기인한다. 이렇다 보니 타 도시의 사람들이 콧대 높은 세비야 사람들을 좋아할 리가 없다. “세비야 사람들만 없으면 세비야는 정말 아름다운 도시”라는 말을 공공연히 타 지역 사람들이 할 정도니 상상이 될 것이다.
여전히 세상의 중심은 이곳이고, 이보다 더 나은 도시가 없다는 이들의 자부심을 마주할 때면 항상 남의 것이 더 부러운 것에 비하면 오히려 그 마음이 더 나은 것인가? 생각하다가도 아무리 이 도시에 오래 산다고 한 들 이들과 함께 일어나 이 떼창에 함께 할 수는 없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렇다고 서울시청광장에서 '서울 서울 서울'이 나온다 한들 내가 그걸 목 놓아 떼창 하는 일도 없을 것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