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두 번째 언어-스페인어로 살다#10
좀 창피하지만 나는 자전거를 못 타고, 수영을 못 한다. 아니 못 했다. 창피하다는 것은 정말 하고 싶었는데 못했기 때문이다. 자전거는 고등학교 때 몇 번 배우려고 시도를 해보았는데 광장형 자전거 타기에서 도로형으로 진입을 못했고, 수영은 수영장이 있는 초등학교를 다니고, 심지어 바닷가에서 7년을 산 개인적 역사가 부끄럽게도 딱 한번 친구의 장난으로 물에 빠졌던 트라우마를 극복 못하여 몇 번 수영강습을 들었지만 실패로 끝났다.
그래서 나는 스페인의 삶에서 가장 잘한 일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망설임 없이 ‘자전거 타기와 수영을 배운 것’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내가 Quiero끼에로(하고 싶다) 한 것이고, 마침에 Puedo뿌에도(할 수 있다)하게 된 것이기 때문이었다.
자전거는 평지인 세비야의 도심 자전거를 이용하기 위해 열심히 연습한 끝에 겨우 극복되었고 수영은 아침 8시 오전 수영을 신청하여 거의 일 년을 꼬박 물과 놀면서 ‘puedo nadar 뿌에도 나다르 (나는 수영할 수 있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수영을 할 수 있게 된 것에는 스페인의 남다른 수영강습 스타일이 한몫했다. 일단 수영강사가 절대로 물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첫날 도착을 했더니 물 밖에서 20분 운동, 물 안에서 20분 운동. 그리고는 "자 이제 수영하세요!" 해서 좀 황당했었는데 며칠 해보니 훨씬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기술을 익히거나 정확한 자유형의 손동작, 음파 호흡법, 뭐 이런 강의는 기대할 수 없지만 일단 진도의 강박이 없으니 스스로 반복적으로 안 되는 걸 천천히 연습할 수 있어 부담이 없었다. 한국에서는 다 함께 같은 진도로, 같은 것을 해야 해서 못하면 기죽고, 부담스러웠는데 그런 것이 전혀 없으니 수영장 가는 일이 그냥 물놀이 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천천히 뭘 배우긴 하나 싶은 일 년의 시간이 쌓여 자유형과 배영은 어느 정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자유 수영 신청을 했다. 자유 수영을 위해서는 나름 테스트라는 것을 하는데 자유형으로 25미터, 배영으로 25미터를 왕복하는 것이었다. 맨 날 지지대가 있는 가장자리에서 노닥거리던 나에게 가운데 레일에서 50미터 수영은 몇 백 미터는 되는 긴 거리로 느껴졌다. 그게 뭐라고 얼마나 긴장을 했는지 물에서 나오니 다리가 후들거리기 까지 했다. 어릴 때부터 체육을 못한다는 것이 스스로의 선입견이었던 나에게 무언가 체육으로 통과를 해본 것은 그것이 처음이었다.
어느 날 아침, 자전거를 타고 수영장을 가고 있는 스스로를 문득 발견했을 때 빙긋 웃음이 나왔다. 수영과 자전거를 배우러 스페인까지 유학을 온 것은 아니었을 텐데 그것에 가장 흡족해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하고 싶었던 것을 할 수 있게 되는’ 일상의 즐거움은 외국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았다.
‘Querer께레르(하고 싶다)’와 ‘poder뽀데르(할 수 있다)’는 스페인어 조동사이다. 나를 주어로 하면 ‘Quiero끼에로, puedo뿌에도’라고 바꾸어 쓰며 뒤에 동사원형을 붙이면 쉽게 문장으로 만들어 쓸 수 있다. 특히 ‘quiero끼에로 + 명사’의 형태는 주문을 할 때 많이 쓰인다. ‘Quiero 커피! (커피 원해요!)’. 이렇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