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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하 Jun 22. 2020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EBS 나도 작가다X카카오브런치] 1차 공모전

‘글을 쓴다’

라는 것을 의식하며 무언가를 쓰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다음 칼럼 시절이었던 것 같다. 즐겨보던 재즈칼럼이 있었는데 그 글을 보며 나도 내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칼럼을 만들었다. 그렇게 꽤 오래 글을 썼는데 아쉽게도 다음 칼럼 계정이 사라지고, 그 때 쓴 글을 모아두었던 개인 홈페이지도 호스팅 기간이 스페인에 있을 때 끝나면서 미처 복구를 하지 못했다. 그렇게 거의 십여년 나의 글쓰기 역사는 사라졌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인지를 확인한 적은 없다. 

국민학교 때 글짓기 대회 같은 것을 하면 상을 받곤 했지만 그때는 그것이 글을 잘 써서인지 그냥 우등생에게 덤으로 주는 상인지 모호함이 있었다. 그 때 상 받은 걸로 치면 나는 그림도 잘 그렸고, 과학도 잘했고 영어 말하기도 잘 했으니까. (좀 재수가 없나?)

그 이후론 뭔가 자발적으로 글을 써서 수상을 했다거나, 글쓰기를 위한 강좌를 들어본 경험이 있다거나 하는 이력은 나에게 없다. 방송일도 작가가 아닌 연출로 시작한 걸보면 '글쓰기'자체가 나의 개인적 꿈이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글쓰기는 나의 참 오랜 동행이었다.

어떤 증명도 없이 막연히 글을 좀 쓰는 사람이라는 근거없는 생각으로 이어진 글쓰기였음에도  꽤 오래 다양한 방식으로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개인 공간에 글을 쓸 때 종종 친구들이 건네던 지인 우대 성 좋은 평가와 회사생활을 하며 업무로 연결되어 괜찮은 결과가 나오던 글쓰기 재주가 그나마 으쓱하는 얄팍한 근거가 되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스페인에서 살 때는 글쓰기가 제법 쏠쏠한 나의 밥벌이였다. 외국에 산다는 장점과 기능적 글쓰기에 어려움이 없었던 나는 몇 기관의 통신원을 하며 기사나 리포터들을 썼고, 매달 마감해야하는 글들 때문에 자연스레 내 글을 쓰는 횟수는 줄어들었다. 그것은 한국에 돌아와서도 마찬가지였다. 


작년부터 ‘내 글을 다시 써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브런치에 공간을 만들고 그동안의 재료들을 끄집어 내어  다시 쓰기를 시도하고 있는데 쉽지는 않다. 시간이 지난 재료들은 웬만해서는 생기가 되살려지지 않고, 오늘의 재료는 날 것 그대로 잘 요리가 되지 않는다. '그냥 쓰던 마음'으로의 회복이 쉽지 않은 탓이다.  


얼마 전 브런치에서 [EBS 나도 작가다X카카오브런치] 글 공모를 보고 응모를 해본 것은 '나의 주제'로 글을 써볼 기회였기 때문이었다. 별 기대는 없었다. 요즘 글쓰기의 모양새가 많이 바뀌기도 했고, 브런치라는 플랫폼 역시 나에게는 아직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고 싶어하는 시대, 그리고 쓰는 시대의 무수한 글 중 어떤 것이었을 때 누군가의 선택이 될 수 있을까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쓰고 싶은 것이 있어서 쓰는 글이라면 그냥 써 볼 일이라고 생각했다. 

일로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면서 퇴고를 하는 글을 쓴 것이 참 오랜만이었다. 기존에 조각조각 메모했던 글 재료들을 모아 여러번 다듬어 퇴고를 하는 과정이 좋았다.


그리고 반가운 당선 소식을 들었다. 

오랜만에 글을 좀 쓰는 사람이 된 듯했다. 그것이 스스로에게 작은 응원이 되었다.


나에게 '글쓰기'는 거창한 '꿈'은 아니다. 그리고 여전히 나는 내가 글을 좀 쓰는 사람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도 뭔가 쓸 이야기가 떠올라 톡톡 자판을 두드린다.

이렇게 조금씩  '글을 좀 쓰는' 사람이 되어가길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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